50대에 접어들면 남녀할 것 없이 성호르몬 감소로 무기력증, 어깨결림, 우울감 등 갱년기 증상을 겪게 된다. 갱년기개선제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2015년 4월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어난 이후 효과와 안전성이 미심쩍어 구매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네이버 인기 블로그 ‘약짓는 오빠들의 건강한 약 이야기’를 운영 중인 임성용(광주광역시 금호동 종원종로약국)·이정철(울산광역시 반구동 행복한약국) 약사의 도움말로 갱년기증상 개선에 도움되는 성분에 대해 알아봤다.
폐경을 겪는 중년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낮아져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감소하는 중년 남성보다 이같이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안면홍조, 불안, 기억력저하, 관절통, 수면중 땀흘림(night sweat) 등을 동반한다.
이에 수요가 높은 여성갱년기 개선제(건강기능식품·의약품 등) 시장 규모는 2000~3000억원(업계 추정)으로 남성갱년기 개선제 시장의 약 900억원보다 두 배가량 크다.
여성 건기식 성분으로 백수오 추출물·석류 농축액, 남성 건기식 성분으로 마카 젤라틴화분말·민들레 복합추출물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갱년기 개선에 도움되는 기능성원료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들 기능성원료는 갱년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의약품과 달리 갱년기질환의 원인인 부족한 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효과가 확인된 연구논문은 대부분 사람에 적용하기 전 단계인 비임상(동물실험·시험관실험 등)에 그치고, 국내 임상연구는 규모가 작아 세밀하게 디자인된 대규모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의약 전문가의 주된 의견이다.
여성 갱년기치료제(일반의약품) 생약 성분으로는 트리터페노이드(triterpenoid)를 함유한 승마(Cimicifuga, Black Cohosh) 추출물과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들어 있는 레드클로버(붉은 토끼풀) 추출물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요법으로 흔히 사용된다.
임성용 약사는 “트리터페노이드와 이소플라본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유사해 여성갱년기의 주요 원인인 부족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준다”며 “호르몬제를 맞으면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지만 부작용·비용 측면에서 식물성 에스트로겐 복용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물질은 에스트로겐 유사체로 작용해 체내 에스트로겐이 부족해 생기는 증상을 완화하며, 내인성(체내) 에스트로겐보다는 약하지만 다른 식물성 에스트로겐보다 수용체 결합력이 강한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동국제약의 ‘훼라민큐’(승마추출물·세인트존스워트)가 연매출 50억원대로 갱년기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소플라본을 함유한 약으로는 녹십자의 ‘훼미그린’(레드클로버 추출물)이 대표적이다. 이소플라본은 레드클로버 외에 대두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승마추출물은 2000~2012년 갱년기 여성 총 1만284명을 대상으로 효과를 연구한 18건의 해외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15건(1만121명)의 임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됐다. 1982년에 의사 131명과 환자 629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선 80%가 넘는 환자가 복용 6~8주 이내에 폐경 관련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드클로버 추출물은 갱년기여성 109명이 참여한 임상 결과 투여 90일 후 70~80%의 환자는 쿠퍼만지수(KI, Kupperman Index) 등으로 평가한 갱년기 증상이 개선됐다. 각 증상 개선율이 0.9~21.7%에 그친 위약 대비 유효성을 입증했다. 쿠퍼만지수는 갱년기질환의 주요 증상인 11개(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신경질, 우울증, 어지럼증, 피로, 관절통·근육통, 두통, 가슴두근거림, 질 건조감 등) 개선 정도를 종합 평가한다.
폐경 여성 42명에 대두 등 콩과식물을 통해 이소플라본을 매일 약 60㎎을 12주간 섭취하도록한 결과 혈액 내 이소플라본 농도가 증가했으며, 몸에 이로운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 수치는 증가한 반면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 기간이 짧아 장기간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훼라민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승마추출물 외에 우울증·불면증을 치료하는 물레나물과 계열의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 flower)를 함유하고 있다. 세인트존스워트에는 히페리신(hypericin)·히퍼포린(hyperforin) 등이 들어있다. 미국내과학회(ACP)는 ‘주요우울장애 비약물요법 및 항우울제 가이드라인’에서 세인트존스워트는 권고 근거가 낮은 임상연구 결과이지만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 및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등 전문약과 비슷한 수준의 주요우울장애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권고 근거가 중간인 다른 연구에선 이들 전문약보다 내약성이 우수했다고 평했다.
남성은 30대부터 테스토스테론이 매년 약 1%씩 감소해 50~60대에는 20대보다 30~5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년 남성의 약 6%가 갱년기 증상을 느낀다. 삶의 질·성욕이 떨어지고. 근육량·골밀도가 감소하며, 내장비만·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나타난다.
이정철 약사는 “남성갱년기는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아 임상연구 자료가 부족해 적극 권장할 만한 약이나 건기식은 없다”며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일부 연구에서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 논란이 제기돼 안전한 호로파(Fenugreek) 등 천연물(약용식물)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호로파는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일년생초로 씨와 잎은 예부터 독성이 거의 없어 인도·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방광·신장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최근 국내 쥐실험결과 남성갱년기 건기식으로서 개발 가능성이 확인됐으며, 2006년에는 여러 건의 소규모 해외 임상연구에선 혈당·지질·체중 조절 등에 도움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이경수 충북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국내 학술지 ‘한국응용생명화학회지’(옛 한국농화학회)에 쥐실험 결과 호로파종자와 야관문(夜關門, Lespedeza cuneata, 비수리) 복합추출물이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줄어든 테스토스테론 양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관찰됐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허진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팀은 2015년 11월 호로파·흑삼 혼합추출물이 쥐실험에서 정자 생성을 촉진하고, 유영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지구력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야관문은 한 토끼실험에서 음경해면체의 평활근을 이완해 발기부전닌 개선했다. 흑삼은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유효성분인 RG3 등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인삼 사포닌) 함량이 높다.
임 약사는 “남성갱년기에 좋다는 마카 젤라틴화분말, 민들레 복합추출물, 야관문, 인삼, 아연, 아르기닌, 로얄젤리, 효모, 비타민 등 성분은 호르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지만 중년 남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갱년기 증상이 심한 경우 병원을 방문해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