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은 이달 중 첨단 IT 기술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세계를 질병치료에 접목한 ‘가상현실 치료센터(VR Life Care, 가칭)’를 설립,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공황장애를 치료한다고 14일 밝혔다. 길병원 옛 한방병원 1층에 자리하는 ‘가상현실 치료센터(VR Life Care)’는 내년 1월 정식 개소한다.
VR은 소위 머리에 안경처럼 쓰고 영상을 볼 수 있는 HMD(Head Mounted Display)와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느끼도록 하는 첨단기술이다. VR을 치료용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을 실제처럼 재현해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
선행 연구결과 VR을 활용한 치료는 공포증이나 중독 등 정신질환 치료에 적용돼 실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공황장애 치료는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를 주로 실시했다. 이런 치료법은 불면, 불안,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이자극성 등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되지만 치료 후에도 원인이 되는 자극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짙었다.
예컨대 갑자기 금방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경험한 공황장애 환자는 엘리베이터나 승용차 같은 좁은 공간을 피하게 된다. 교통사고로 외상을 경험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환자는 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결국 외출 자체를 기피하고 집에서만 지내려고 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탈감작 치료가 필요하다. 이 치료법은 질병을 일으킨 원인과 관련된 자극을 수위별로 조절해 환자에게 노출시켜 공포심, 불안감, 경계심을 완화하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VR치료는 가상의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탈감작 치료를 한결 수월하게 임상에 적용하도록 돕는다.
조성진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공황장애는 환자와 치료진이 같이 직접 사고현장에 가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자극에 노출돼야 하는데 현실적·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며 “VR을 이용하면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자극을 수위별로 반복 제시해 자극을 극복하고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VR 기기는 가격이 비싸고 해상도가 선명하지 않은 데다 무겁기까지 해 활용도가 떨어졌지만 최근엔 장비 크기가 작아지고 가격도 저렴해져 임상에 적용하기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센터에는 미국 오큘러스(oculus)의 최신 VR과 리트프장비, VR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첨단 사양의 데스크톱 컴퓨터가 들어선다. 이동하면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를 위해 삼성기어 VR과 이를 구동하는 갤럭시A 제품이 구비된다.
임상심리전문가가 전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조성진·연병길·강승걸·나경세·배승민·강재명·조서은 교수가 진료를 본다.
조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VR을 이용한 치료가 환자가 평소 느끼는 불안이나 공포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환자 개인에게 맞춤치료를 제공하려면 다양한 상황에 맞는 VR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VR치료 적용 분야를 경도인지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