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용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이 고지혈증치료제 성분인 에제티미브(ezetimibe, 약품명 한국MSD의 ‘이지트롤’)의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치료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 쥐 및 사람 간조직 등을 이용한 실험에서 에제티미브 투여로 자가포식(autophagy)이 증가하고 인플라마좀의 활성이 감소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분석 결과 지방간과 지방간염에 걸린 환자의 간에서 자가포식작용은 감소하고, 인플라마좀의 활성도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염증 유발에 관여하는 주요 면역세포인 환자의 대식세포나 간세포 또는 생쥐에 고지혈증 치료제로 사용 중인 에제티미브 약물을 투여했더니 자가포식 작용이 증가하면서 인플라마좀의 활성도는 억제되고 지방 축적도 감소함을 확인했다.
에제티미브는 장에서 콜레스테롤(ApoB-48지단백) 흡수를 차단해 고지혈증 약물치료에서 스타틴(statin) 다음으로 많이 처방되고 있다.
자가포식은 세포 스스로가 세포소기관 등을 잡아 먹어 재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세포의 대사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플라마좀은 주로 면역세포에 분포해 염증을 유발하는 센서 단백질복합체로 미생물 감염으로부터 생체를 보호하지만, 지방간·당뇨병 등 대사성질환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에제티미브의 자가포식 촉진 효과가 AMP에 의해 활성되는 단백질키나제(AMPK, AMP-activated protein kinase)와 자가포식 관련 전사인자(TFEB, Transcription factor EB) 단백질에 의해 유도됨을 확인하고, 자가포식 관련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실험을 통해 지방간에서 치료효과를 얻으려면 자가포식이 필수적임을 증명했다.
AMPK는 세포 내 에너지가 부족할 때 아데노신일인산(AMP)에 의해 활성화되는 효소단백질로 자가포식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대사 작용을 조절한다. TFEB는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운동부족 등으로 비만 및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앓고 있다.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승인을 받은 약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용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자가포식과 인플라마좀 활성조절이라는 새로운 기전이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며 “고지혈증 환자에서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에제티미브가 지방간염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사례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세계선도 의생명과학자 육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결과는 의학·세포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오토파지’(Autophagy)에 10월 3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