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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이물질 불법성형, 무조건 ‘제거’ 능사 아니라 섬유조직 유연화가 정답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7-09-29 20:28:16
  • 수정 2017-10-11 16: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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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거수술은 오히려 신경손상·마비, 조직유착 악화 … 딱딱한 조직만 부드러워져도 환자만족 !

쉽고 간단하다는 유혹에 성형 목적으로 얼굴에 불법 이물질을 주사맞은 뒤 이물감·딱딱해짐·피부염증·피부괴사·통증·주변조직 유착 등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얼굴 표정이 변화돼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매스컴의 계몽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결코 줄지 않고 있다.

이물질을 주로 주사하는 부위는 얼굴 중 볼, 팔자주름, 이마, 귓볼 부위다. 심지어 유방, 음경, 질 등에도 맞는다. 주사 직후에는 전혀 이물감이 없고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불법시술자나 이들을 소개하는 미용실의 꾐에 넘어가 평생 후회할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에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인데 잠시 국내에 체류 중이라거나, 국내 유명병원의 간호사 출신인데 기술이 의사보다 낫다는 말에 피해자들은 잘 속아넘어간다. 불법시술자는 이물주사를 시술하고 부작용이 감지될 시점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여서 피해자는 책임을 물을 데조차 없다.

불법 이물질은 시대에 따라 변천했다. 1960년대 전후엔 식용유나 양초 원료인 파라핀을, 1990년 전후로는 공업용 실리콘 오일을 주입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엔 콜라겐을 사칭한 주사가 성행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부작용이 극심한 중국제 아크릴 성분 필러를 불법으로 들여와 주사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최근에는 필러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시술해준다며 액상 이물질을 주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실리콘 오일이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성분들이다.

또 비록 합법적인 필러라도 과량 주입하거나, 적소에 위치하지 못하거나, 체질상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 경우에는 이물질을 넣은 것과 별 차이 없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물질 부작용은 짧게는 3개월 만에, 길게는 수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이물질은 정상조직 세포 사이로 퍼져서 세포간 소통을 방해하고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지속적인 염증, 섬유화반응, 주위조직과의 유착을 유발한다. 인간 면역체계는 이물질이 침입하면 림프구가 신호를 보내 대식세포로 하여금 이를 탐식해 분해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물질은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분자량이 크고 양도 많아서 몸에 잔류하게 되고 주위에 만성염증을 유발한다. 몸을 보호하려는 정상 면역반응으로 이물질 주위엔 섬유아세포가 섬유조직을 생성해 이는 주위조직이 단단해지는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흔히 이물질은 수술로 제거하는 게 능사인 것으로 환자는 안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병원장은 “이물질 및 흉터 제거 전문을 표방하는 상당수 병원이 메스로 이물질을 걷어내는 게 최선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이런 치료를 받고 주위 신경이 손상되거나 마비되고 또는 주변조직 유착이 더 심해져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이물질 치료법은 △스테로이드 주사  △이물질 제거수술  △제거 부위의 복원수술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정석으로 알려져 있으나 부작용과 단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일시적으로 호전돼 보일 수 있으나 피부위축, 피부함몰, 모세혈관 확장이 뒤따른다. 장기간 맞으면 생리불순 등 전신적 스테로이드 중독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물질 제거수술은 이물질이 한 군데 모여 있지 않고 조직 속에 퍼져 있는 특성상 완전히 제거하기는 힘들다. 수술 후 상처가 잘 낫지 않고 피부가 오히려 심하게 울퉁불퉁해지고 신경유착이 일어나 신경마비, 안면표정근 작동이상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표정이 일그러지고 피부궤양 같은 심한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물질 제거수술 후에 자가 혈소판이식수술(PRP), 자가 지방조직이식술 등으로 원상복구를 시도하기도 하나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물 부작용이 생긴 부위를 복원하기 위해 필러를 주입하기도 하는데 기존 상처를 들쑤시는 것과 다름없다.

심영기 원장은 이런 맹점을 극복하고자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 칼도 대지 않는 치료법을 창안했다.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이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조직을 스테로이드가 아닌 섬유유연제를 주사해 부드럽게 한다. 섬유유연제는 줄기세포 성장을 돕는 성분이기도 하다.

둘째는 특수전기치료기로 전기자극을 가해 대식세포의 탐식작용을 촉진, 이물질을 잘게 부수어 체외로 배출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셋째는 줄기세포 추출물을 주사해 줄기세포를 활성화, 이물질로 인해 단단해진 섬유조직을 녹이도록 하는 면역력 강화법이다.

심영기 원장은 “이물질을 가시적으로 제거한다고 보기보다는 이물질과 공생하되 삶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3가지 치료법의 핵심”이라며 “이물질 주위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변형된 조직의 비정상적인 외형을 최대한 정상에 가깝게 돌려놓고, 이물질의 점진적인 배출을 통해 주위조직과의 항체항원 반응을 최소화하는 게 치료의 주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물질을 속시원하게 제거하면 좋을 것 같지만 인체는 복잡미세해 원하는 대로 따라가주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시술 직후 이물질 주위조직이 부드러워지는 것만으로도 환자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치료 횟수와 기간은 이물질의 주입량과 총 주입기간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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