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초 추석 명절을 포함해 역대 최장기간인 ‘10일 황금연휴’가 다가온다. 하지만 중년 주부들은 걱정이 많다. 긴 추석연휴에 음식 준비와 설거지, 청소로 유난히 손이 혹사당하기 때문이다.
손은 작은 신체부위지만 총 27개의 뼈와 인대, 신경, 힘줄, 근육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만큼 질환도 다양한데 손저림은 주부를 괴롭히는 가장 대표적인 명절증후군 중 하나다.
엄지·검지·중지가 저리고 손목이 시큰거리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부분 손저림이 나타나면 이 질환을 의심하며, 손목 사용이 많은 주부나 직장인에서 주로 발병한다.
손목에 있는 수근관(손목터널)이 좁아지면 그 사이를 지나는 정중신경이 눌려 통증, 저림, 감각저하가 발생한다. 주로 수근관터널이 위치한 손목,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엄지·검지·중지·약지(일부)에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손에 힘이 빠지거나 통증이 악화돼 젓가락질이나 옷의 단추를 잠그기 어려워진다. 찬물에 손을 담그거나, 뚜껑을 돌리거나, 손을 뒤집거나, 빨래는 짤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팔꿈치부터 팔뚝과 손가락까지 찌릿한 느낌이 들면 주관증후군(cubital tunnel syndrome)을 의심해볼 수 있다. 주관은 팔꿈치 안쪽에 움푹 들어간 부위로 여기가 좁아지면 척골신경이 압박돼 통증과 저림이 동반된다.
노형래 연세바른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나타나는 손 저림 증상은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지만 주관증후군은 팔꿈치부터 팔뚝 안쪽을 지나 약지와 새끼 손가락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며 “간혹 해당 손가락이 저린 동시에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자 모서리에 팔꿈치 안쪽을 부딪히면 전기가 오듯 통증을 느끼는 것도 척골신경이 원인”이라며 “척골 신경은 주변에 보호해줄 연부조직이 거의 없어 일상생활 속 작은 압박에도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주관증후군은 주로 팔꿈치를 구부리고 턱을 괴거나 책상에서 PC를 사용할 때, 통화할 때, 팔베개를 하고 잘 때 등과 같이 오랜 시간 팔꿈치가 굽혀있거나 눌렸을 때 압박을 받는다. 이외 간혹 골절과 물혹, 당뇨성 신경병증 등 내과계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약지와 새끼 손가락(소지)이 집중적으로 저리다면 가이욘관증후군(Guyon‘s tube syndrome, 尺骨管症候群)일 확률이 높다. 척골관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손으로 뻗어가는 척골신경이 수근관(손목터널) 옆에 위치한 가이욘관(척골관)을 통과할 때 압박돼 증상이 통증이 생긴다. 저린 손가락의 위치가 주관증후군과 같아 오인하기 쉽다. 가이욘관증후군은 주로 약지와 소지(새끼)손가락에 증상이 나타나고 간혹 손바닥이 저리고 아픈 경우도 있다. 야간통이 자주 나타나고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운동신경과 근육에 영향을 미쳐 손가락이 갈고리 모양으로 굽어진다. 싸이클을 타는 것과 같이 오랜 시간 손바닥을 누르는 자세 등 압박의 영향이 가장 크다. 그 외 골절, 갑작스런 체중증가, 임신, 류마티스 관절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오랜 시간 손을 사용한다면 1시간에 5분씩 쉬면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팔을 정면으로 뻗은 상태에서 손목을 아래로 꺾어 반대 손으로 손등을 잡고 꺾은 방향으로 5초간 당겨준다. 이후 손목을 위로 꺾어 같은 방법으로 양쪽 각각 3회씩 실시해준다.
다음은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동시에 팔꿈치를 굽혔다 폈다 10회 반복한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드는 동작은 손에 무리를 일으킬 수 있어 번거롭더라도 여러 사람과 함께 들거나 무게를 줄여 나눠드는 게 바람직하다. 손 사용 후에는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손목 부위에 10~15분간 40도 정도의 물로 온찜질을 해주는 게 좋다.
꼭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신경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가정에서도 질병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손목이나 팔꿈치를 최대한 구부리고 1분 정도 유지하면서 저림·통증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신경·근전도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를 실시해 확진한다. 초기에는 부목으로 움직임을 제한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프롤로테라피주사나 관절내시경을 실시한다.
강지호 연세바른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매년 명절이 지나면 손저림 증상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 환자가 늘어나는데 대부분 과사용이 원인”이라며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려면 걸레를 짜거나 오랜 시간 반복적인 동작을 피하고 손을 사용하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