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으로 구분되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원인이 불분명하고 지속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을 겪는 환자는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 대인기피 등 다양한 어려움을 동시에 겪게 되어 삶의 질이 매우 낮아진다. 현재까지 이러한 신경병증성 통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뇌 구조의 신경학적 변화가 만성통증의 원인이 되며, 전기 자극 등 인위적 자극을 이용한 신경가소성 변화로 통증 조절이 가능해짐이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로 밝혀졌다.
이배환·차명훈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팀은 말초신경 손상을 입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만성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운동피질자극술(MCS, motor cortex stimulation)을 반복 시행하고 나타나는 행동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운동피질자극술은 통증을 감소시키고 전방대상피질(ACC, anterior cingulate cortex)의 신경세포 시냅스 연결망에 변화를 일으켜 통증감소와 조절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 신경병증성 통증을 유도시킨 실험군 쥐들은 신경손상이 일어난 이후 자극에 대한 반응역치가 점차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신경 손상을 입은 다음 날부터 역치가 현저하게 감소되어 통증이 증가했으며, 허위 손상을 입은 대조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후 연구팀은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해 반복적인 운동피질자극술(MCS)를 시행해 통증변화를 관찰했다. 운동피질자극술을 각 그룹별로 매일 10일 동안 반복했으며, 역치반응은 매일의 운동피질 자극술 전후에 측정했다. 매일 운동피질자극술 시행전 반응 역치를 관찰한 결과 신경손상 후 자극술 시행군은 당일 운동피질자극술을 시행하지 않았음에도 이전 효과가 누적돼 반응역치가 증가했다.
신경손상을 입은 실험군 쥐들은 운동피질자극술 시행 초기에는 통각과민반응의 감소가 유지되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하지만 자극술이 반복될수록 역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통증이 현저하게 완화됐다.
연구팀은 신경손상을 입었지만 허위 운동피질자극술을 시행한 실험군 내 쥐들과의 비교도 시행했다. 앞선 결과와는 달리 운동피질 허위자극을 받은 신경손상 쥐들은 역치가 변하지 않았다. 즉, 신경손상을 입고 운동피질 자극술을 받은 쥐들은 허위 자극술을 받은 쥐들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하게 통각에 대한 과민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었다.이배환 교수는 “본 실험을 통해 운동피질 자극술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전방 대상 피질에 위치한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망 가소성에 변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운동피질 자극술을 통한 전기적 자극이 시냅스 연결을 변화시킴으로써 통증 조절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통증이 뇌세포 연결성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반복적으로 운동피질자극술을 시행하면 통증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신경세포에 시냅스 강화가 일어나 만성통증을 약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전방 대상 피질 신경세포의 특이적인 시냅스 연결망 변화가 신경병증성 만성통증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명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의 뇌신경세포 시냅스 연결망 조절을 통해 만성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추후 연구를 통해 뇌세포에서 시냅스 연결망의 변화가 갖는 의미를 보다 명확히 밝힌다면 통증이 기억되어 전달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반복적인 운동피질 자극을 통한 통증조절 회로 강화 (Repetitive motor cortex stimulation reinforces the pain modulation circuits of peripheral neuropathic pain)’라는 제목으로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