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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해독주스, 만병통치약 아냐 … 당뇨·심장병 환자 삼가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9-18 10:04:58
  • 수정 2020-09-13 16: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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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포벽서 당분 빠져나와 혈당↑, 칼륩 과섭취 위험 … 식이섬유·항산화성분도 파괴
해독주스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일반 식단으로 바꾸면 요요현상이 오면서 예전보다 살이 더 찔 수 있다.
2년여 전부터 첨가물 없이 과일과 채소만을 그대로 착즙해 만든 해독주스를 마시는 디톡스 다이어트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한 개그우먼이 103㎏였던 몸무게를 52㎏으로 줄인 비법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최근엔 피를 맑게 한다는 ‘청혈주스’까지 가세하면서 해독주스 인기는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선 2007년 의학박사 메멧 오즈가 저서 ‘내 몸 사용설명서’에서 ‘주스클렌즈’라는 명칭으로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해독주스를 이용한 다이어트는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는 데 도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 효과가 일시적이라 요요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에겐 역효과를 낼 위험이 높다.

해독주스는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등을 냄비에 넣고 10~15분 삶은 뒤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과 함께 믹서기에 넣고 갈아서 만든다. 일정기간 정해진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섭취하고, 주스 외에 다른 음식은 먹는 것을 피해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400~800㎉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해독주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채소와 과일을 그대로 갈아마시면 항산화성분을 비롯한 영양 성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고 영양소 흡수율도 높다고 주장한다. 채소와 과일에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미네랄·소화효소 등이 인체의 신진대사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주고 만성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변비, 만성피로, 두통 등을 일정 부분 개선하는 것도 주요 효과로 꼽힌다.

하지만 해독주스는 하나의 기호식품으로만 여기는 게 좋다. 해독 및 항산화 효과를 맹신해 과도하게 섭취했다간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다. 
해독주스 다이어트는 요요현상과 무기력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체는 당의 저장 형태인 글리코겐을 태워 에너지를 발산한다. 글리코겐은 물과 결합하는데, 해독주스 다이어트처럼 수분 위주이고 다른 영양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지속적으로 과도한 양의 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글리코겐도 함께 빠져나가 무기력감, 두통, 근육소실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해독주스 요법을 중단하고 일반 식단으로 바꾸면 전보다 체중이 급격하게 찌기도 한다.

채소와 과일을 갈아 흡수율을 90%까지 높인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윤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채소와 과일 등 식물세포에는 동물과 달리 겉을 둘러싼 단단한 세포벽이 존재해 음식으로 섭취시 당분과 영양소가 서서히 흡수된다”며  “과일과 삶은 채소를 갈면 세포벽에 싸여 있던 당분이 전부 바깥으로 빠져나와 장내 흡수 속도가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하면 인슐린 분비가 늘어 단 음식이 당기거나 허기를 느끼게 되므로 식단조절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는 해독주스 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녹색채소 비율이 높은 해독주스는 칼륨을 한 번에 다량 섭취할 수 있어 신장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심혈관계질환에게 적합하지 않다. 영국·미국·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도 칼륨과 당분 과다 섭취를 이유로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장려하면서도 주스로 마시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

또 착즙주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식이섬유를 포함한 영양 성분이 파괴되거나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과일과 채소의 세포 안엔 산화효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사과나 감자를 칼로 잘라 보관하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는 세포벽이 손상되면서 나온 산화효소가 공기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을 산화시켜서다. 같은 이유로 해독주스도 시간이 지나면서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많은 양의 해독주스를 만들어 2~3일에 나눠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아침에 갈아만든 주스를 저녁에 마시면 이미 상당수의 항산화 성분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인 임상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해독주스에 들어간 원료들이 대사효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상쇄해 해독효과가 반감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컨대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간을 자극해 대사효소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당근과 샐러리는 같은 대사효소를 억제한다. 또 음식물 속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들은 서로의 작용을 돕기도 하지만 반대로 억제할 수 있어 무조건 몸에 좋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해외에선 아예 해독주스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영국 BBC는 해독 다이어트(Detox Diet)의 효과가 없음을 증명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했고, 영국영양사협회와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 등은 해독주스 열풍이 심리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윤경 교수는 “해독주스에만 매달려 다이어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콩, 두부, 계란 등 단백질식품을 함께 먹어주는 게 좋다”며 “특히 만성질환자, 성장기 어린이, 노인 등은 영양 불균형으로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어 해독주스 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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