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이 단일 질환으로는 국내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뇌졸중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시혁·최동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2003~2013년 약 9만7000명의 국민건강보험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심부전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연간 2.2%로 일반인의 0.6%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
심부전은 모든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고 불린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각종 심장질환으로 인해 심장에 손상이 축적되면 결국에는 신체 조직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인 심부전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심부전은 한 번 발병한 후에는 완치가 어렵고 5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해 대부분의 암보다 더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질병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다. 대표적 증상인 호흡곤란, 부종, 피로감 등을 노화 과정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심부전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고, 예후가 급격히 나빠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고령,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과거력이 심부전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소로 확인됐다. 실제로 65세 이상의 심부전 환자는 뇌졸중 발병 위험이 약 2배였고, 75세 이상 고령 환자는 3배까지 발병 위험이 높아졌다. 고혈압이 있는 심부전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1.41배, 당뇨병 환자는 1.36배,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1.58배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방세동이 동반된 심부전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특히 더 높았다.
강시혁 교수는 “주로 노인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심부전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국내 심부전 환자가 17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평소 심부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뇌졸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심부전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체계적으로 보고한 최초의 연구여서 의의가 있다”며 “현재 심부전 환자에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는 아직 정립되지 않아 치료법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심장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