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퇴행성관절염으로 양쪽 무릎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온 69세 주부 박모 씨(서울 관악구 거주)는 최근 주치의로부터 인공관절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주치의로부터 첨단 3D프린터를 이용해 무릎에 딱 맞는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통증이 많이 줄어 일상생활이 편해졌다. 꾸준히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면서 무릎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노화와 반복적인 관절 사용으로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조직이 닳아 없어져 발생한다. 뼈와 뼈가 맞닿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겨 관절이 파괴된다. 관절염이 발생한 부위에만 통증이 느껴진다.
초기에는 관절을 움직일 때에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움직임에 관계없이 통증이 지속된다. 대부분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노인성질환으로 여기기 쉬운데 야외활동 증가, 익스트림스포츠 인기,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년여성은 오랜 기간 쪼그리거나 무릎을 꿇은 자세로 집안일을 해온 탓에 연골이 손상된 경우가 많고 폐경까지 겹치면서 연골이 약해져 관절염 발병 위험이 높다.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발생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관절염 말기의 유일한 해결책인 인공관절수술은 망가진 관절 자체를 새로운 관절로 바꿔 무릎통증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기능을 회복시킨다. 하지만 관절 자체를 바꾸는 큰 수술이어서 환자의 부담감과 두려움이 큰 편이다.
최근엔 첨단 3D프린터 기술이 접목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이 도입돼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이 치료법은 환자의 무릎 모양과 크기, 하지정렬을 고려해 ‘맞춤형 수술도구(Patient Specific Instrument, PSI)’를 설계한 뒤 3D프린터로 제작한다. 이 도구는 실제 수술에서 ‘수술가이드(Guide)’로 사용돼 인공관절의 정확한 삽입 위치를 잡고 관절의 절삭을 돕는다. 이럴 경우 수술 시간이 대폭 감소해 감염, 출혈, 색전증, 혈전증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허동범 강남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진료부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은 임상 경험 풍부한 의료진이 첨단 기술력을 이용해 집도하므로 새 관절을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삽입할 수 있다”며 “하지정렬에 맞는 정확한 위치에 인공관절을 이식하면 무릎의 안전성이 향상되고 새 관절의 수명도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 연구팀은 자체 기술로 맞춤형 수술 및 설계 도구를 개발해 국내 최초로 두 건의 특허를 획득했으며 관련 연구논문을 해외 유수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이 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6명과 공학계열 엔지니어가 협업해 기존에 사용되던 수술도구를 개선했다.
2016년 11월 ‘정형외과 외상수술집(Archives of Orthopaedic and Trauma Surgery)’에 게재된 ‘향상된 디자인의 맞춤형 인공관절수술과 고식적 방법으로 시행한 슬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의 비 분석(Patient-specific instrumentation development in TKA: 1st and 2nd generation designs in comparison with conventional instrumentation)’ 논문에 따르면 개선된 맞춤형 도구를 인공관절수술에 적용하면 기존 방법보다 수술 시간이 단축되고 하지정렬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동범 진료부장은 “지속적으로 연구 및 개발 중인 맞춤형 수술도구는 인공관절 삽입의 정확성을 높여 수술시간을 단축하고 예후 개선에도 도움될 것”이라며 “수술만큼 수술 후 재활도 중요하므로 꾸준한 운동을 통해 무릎의 근력과 기능을 향상시키면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