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홍남기 내분비내과 강사·박세호 유방외과 교수·손주혁 종양내과 교수)은 유방암에 호르몬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지방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6년 1월~2015년 5월 유방암수술을 받은 후 호르몬억제제를 복용한 5250명 중 타목시펜(tamoxifen) 사용군 164명과 아로마테이즈억제제(aromatase inhibitors) 사용군 164명 등 32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아로마테이즈억제제 사용군은 아나스트로졸(anastrozole) 복용 대상군 76명(46.3%), 레트로졸(letrozole) 복용군이 88명(53.7%)으로 구성됐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53.5세이며,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는 22.9㎏/㎡ 였다.
이 교수팀은 환자가 호르몬억제제를 처음 복용한 날을 기준으로 종양 관련 정보, 약제 정보, 복부초음파검사 및 혈액검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지방간 발생 여부는 1~2년 간격으로 시행한 복부초음파와 간효소 수치 변화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대상자 전원이 호르몬억제제 복용 시작 시점엔 지방간이 없었다.
관찰 기간을 총합한 987.4인년(person-years) 동안 103건의 새로운 지방간 발생건수가 보고됐다. 타목시펜 사용군 164명 중 62명, 아로마테이즈억제제 사용군 164명 중 41명이었다. 아로마테이즈억제제 사용군에선 아나스트로졸 복용군이 76명 중 22명, 레트로졸 복용군은 88명 중 19명에서 지방간이 발생했다.
이를 각 그룹별로 1000인년당 발생률로 환산한 결과 타목시펜 사용군은 128.7, 아로마테이즈 억제제 사용군은 81.1로 타목시펜 사용군의 지방간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간효소 수치 상승을 동반한 지방간은 대부분 타목시펜 군에서만 발생했다.
연구 결과를 통계학적으로 보정한 결과 타목시펜은 아로마억제제보다 지방간 발생 위험을 6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르몬억제제가 여성호르몬 기능을 억제하거나 농도를 낮춰 건강한 대사활동에 필요한 호르몬의 불균형을 야기한 결과로 추측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타목시펜 사용 외에도 호르몬억제제 복용 시점의 비만도, 낮은 혈중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 높은 중성지방수치가 지방간 발생의 독립위험 요인임을 밝혀냈다.
이유미 교수는 “그동안 유방암 환자에게 장기간 보조 호르몬억제요법을 시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사적 합병증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로 타목시펜이 유방암 환자에서 간효소 수치 상승을 동반한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독립인자라는 것과 대부분 약제 사용 2년 이내에 지방간이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호르몬요법 시행 전 환자의 비만도, 중성지방, 고밀도콜레스테롤 등 여러 대사적 위험인자와 함께 타목시펜과 아로마테이즈 억제제의 지방간 유발위험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논문은 저명 국제학술지 ‘유럽암저널(European Journal of Cancer, IF=6.128)’ 최근호에 ‘폐경 후 유방암 환자에서 타목시펜 혹은 아로마테이즈 억제제 사용시 지방간 발생 위험도 및 혈중 지질농도 변화 비교(Different patterns in the risk of newly developed fatty liver and lipid changes with tamoxifen versus aromatase inhibitors in postmenopausal women with early breast cancer: A propensity score-matched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