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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환자가 직접 의료서비스 평가 … 큰 병원 무조건 유리할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7-31 18:15:01
  • 수정 2017-08-02 20: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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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수도권, 예비평가서 고득점 … 수술 많고 불확실성 큰 중증질환 많아 불리하단 반박도

지난 17일부터 입원 환자가 직접 병원 의료서비스를 평가하는 ‘환자경험평가제’가 시행되면서 일선 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화두인 환자 맞춤서비스의 정착과 병원 이미지 쇄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지만 평가가 졸속으로 시행돼 객관성이 떨어지고, 또다른 ‘병원 줄세우기’가 될 것이라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이번 평가는 3~4개월간 상급종합병원 등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 95곳에 1일 이상 입원하고 퇴원한 지 8주 이내인 19세 이상 환자 15만명을 대상으로 입원했던 병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이 어떠했는지 조사한다. 실제 응답자는 10%인 1만525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규모별로 대상 환자 수도 차이나는데 500~1000병상은 150명, 1000~1500병상 200명, 1500병상 이상은 250명의 환자가 평가 대상이 된다.

설문조사는 연령·성별·진료과목에 따른 표본을 선정해 전화 설문으로 이뤄진다.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위탁수행 중이며 대상자의 전화번호는 입원했던 병원을 통해 수집한다. 전화번호 제공을 원하지 않는 환자는 입원 시 병원 측에 거부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설문 내용은 △간호사 서비스 △의사 서비스 △투약 및 치료 과정 △병원 환경 △환자 권리보장 등 총 24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평가결과는 내년 상반기쯤 공개될 예정이며, 현재 복지부와 심평원은 각 의료기관에 포스터·리플릿·배너 등을 배포해 국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심평원은 이번 평가가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로부터 직접 병원별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측정함으로써 환자중심 의료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그동안 환자 중심 의료문화를 비롯해 안전성·형평성·효율성 등 의료서비스 수준을 평가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외국에서도 보건의료 체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요소로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을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질 향상을 위해 2000년대 초부터 환자경험을 평가하고 있다.

의료계는 급한대로 환자경험평가에 대비해왔지만 기존 적정성 평가와 달리 불확실성이 커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대상 병원들은 자체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컨설팅업체를 통해 예행연습을 갖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준비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에 참여한 환자의 성향이나 치료결과에 따라 평가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일부 설문 문항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의료서비스의 질과 딱히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주로 지적된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신의 질환에 대해 자주 위로와 공감을 받았는가’, ‘입원기간 동안 다른 환자와 비교했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공평한 대우를 받았는가’ 등의 문항은 환자의 주관적인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또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받아도 치료나 수술 예후가 좋지 않다면 병원에 불만을 갖게 되고 이럴 경우 서비스 수준에 상관 없이악의적으로 설문조사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로 인해 500병상 이상 병원 사이에서도 병원 규모나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심평원이 실시한 예비평가에서 평균 점수 이상을 받은 병원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있고 지방병원은 단 1곳만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며 “평가지표가 병원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비용으로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아도 지방병원보다는 규모가 큰 서울권 병원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빅5’처럼 유명 병원들은 환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질환 환자가 많아 무조건 평가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평가 전 준비를 위한 예산 및 인력 투입 측면에서 대형병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맞지만 평가 자체에선 고난도 수술 건수가 많고 불확실성이 높은 중증질환을 다루는 특성상 불리한 면도 분명 있다”고 반박했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병세가 심해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치료 관련 설명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환자만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환자 중 상당수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제공을 꺼려한다는 것도 문제다.
평가가 시행된 지 이제 막 1주일 밖에 되지 않아 평가의 유효성은 좀더 지켜봐야 입증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유의미한 통계나 병원 내부의 구체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3개월 뒤 평가 내용을 종합하면 내년 초나 돼야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결과가 오는 11월 중에 집계되면 정식 평가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공표될 예정이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질병별 치료에 대한 의료적정성평가처럼 병원을 1~5등급으로 분류할 경우 하위등급을 받은 병원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병원계는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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