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에 생긴 주머니 모양의 ‘물혹’인 췌장 낭성종양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낭성종양이 발견되면 췌장 일부와 함께 조기에 수술로 절제한다. 이런 가운데 서동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낭성종양을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없애는 치료법이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서 교수팀은 내시경초음파 췌장 낭성종양제거술로 췌장 낭성종양 환자 158명을 치료한 뒤 평균 6년(최소 50개월, 최대 85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158명 중 114명(72.1%)은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고, 27명(17.1%)은 추적관찰만 해도 괜찮을 만큼 종양 크기가 줄었다. 즉 총 141명(89.2%), 전체 환자 10명 중 9명에서 우수한 치료효과가 나타났다.
또 췌장 낭성종양이 완전히 없어진 114명을 평균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두 명에서만 췌장 낭성종양이 재발했으며 모두 양성이었다.
초음파내시경으로 췌장 낭성종양제거술을 받은 158명 중에서 16명(10.1%)에서만 합병증이 발생했다. 이는 기존 수술법의 3분의 1 수준이다. 16명 중 15명은 가벼운 복통 등 증상이 경미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했다.
서 교수팀이 2005년 국내 최초로 시행한 내시경초음파시술법은 입 안으로 내시경초음파를 넣어 췌장 낭성종양에 미세한 침을 꽂아 안에 들어있는 물을 빼낸 뒤 에탄올이나 경우에 따라 소량의 항암제를 집어넣어 낭성종양세포를 괴사시킨다.
수술로 췌장 일부분을 잘라내 낭성종양을 제거하면 췌장의 혈당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당뇨병이나 소화기능장애 등 합병증이 약 30%의 비율로 발생한다.
하지만 내시경초음파로 시술하면 췌장을 잘라내지 않으므로 췌장 기능이 유지돼 당뇨병이 생기지 않는다. 또 흉터가 남지 않고 회복이 빨라 시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유지된다. 재발하더라도 재시술이 가능하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췌장 낭성종양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5~6㎝인 경우로 한정했지만 후속연구로 내시경초음파 시술법의 적용 범위를 넓혀 더 많은 췌장 낭성종양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지(Endoscop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