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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최저임금 인상 태풍에 의료계 ‘풍전등화’ … 대량실업 우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7-24 07:03:38
  • 수정 2020-09-13 16: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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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조무사, 초과근무 많아 인건비 부담↑ … 토요진료 중단 등 역효과 초래
의료계는 2017년도 건강보험 수가가 겨우 3.1%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5배가 넘는 16.4% 인상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발맞춰 2018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인건비 급등에 따른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개원의들이 늘고 있다.

병·의원은 유독 다른 분야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다. 환자의 원활한 진료 및 치료를 위해 의사·약사·간호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의무기록사·응급구조사·영양사 등 다양한 직종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단순 행정이나 노무직을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그만큼 소요되는 인건비도 높다. 실제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30여 개의 직종과 20여개의 전문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의료인들이 업무 난이도나 전문성에 비해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간호조무사는 병원 내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직군 중 하나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지난해 2월 실시한 ‘의원급 의료기관 소속 간호조무사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29.7%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병원 입장에서도 무턱대고 임금을 올리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병원 수가 늘고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정부의 저수가 정책 기조가 십년 이상 유지되면서 의료수입만으로는 병원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인건비 상승은 어불성설이고, 비급여나 기타 부대사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W정형외과병원의 P원장은 “최근 10년 동안 병원 수가가 약 20% 인상될 동안 소비자물가는 25%, 최저 임금상승률은 70%나 올랐다”며 “지금 같은 저수가 구조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진다면 병원을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경제규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져야 하는데 정부 측의 충분한 설명이나 누구나 공감할 절차 없이 무조건 인상하는 게 문제”리고 말했다.

현재 최저임금 시급은 6030원으로 일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일급 4만8240원, 월급은 126만270원(주 40시간, 유급주휴 포함, 월 209시간 근로기준)이 된다. 하지만 새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주 40시간(한 달 209시간) 기준으로 157만3770원을 지급해야 한다. 향후 최저시급 만원이 되면 한 달 근로자 인건비로 209만원이 소요된다.

일부 개원의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평일 진료시간을 단축하거나, 토요일 진료를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른 탓에 오히려 인력이 대대적으로 감축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32곳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시 대응방안을 설문조사한 결과 56%가 ‘신규채용 축소’, 41.6%가 ‘감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인건비 비중이 큰 병·의원에선 일반 기업보다 더 대대적인 인원 감축 태풍이 불 수도 있다. 

또다른 정형외과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임금 외에 퇴직금과 4대 보험료 등 부수적인 비용지출도 늘어나게 된다”며 “의료기관 특성상 주 6일 근무와 평균 12시간 이상 연장근로가 불가피해 직원 한명 당 인건비가 최대 75만원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적절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울며겨자먹기로 진료시간 단축이나 인력 감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원 전체의 급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평의사회는 “신참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다른 연차들까지도 최저임금 인상폭에 맞춰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간호조무사의 급여가 오르면 전문 간호직군도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병원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간호인력이 이탈하면 의료사고나 서비스 질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인 간호조무사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먼저 “최저임금 인상이 새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여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간무사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만 모든 부담을 의료기관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2017년도 건강보험 수가는 3.1% 오르는 데 그쳤지만 최저임금은 5배가 넘는 16.4% 인상된다”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0.8% 수준으로 인하하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세액감면 대상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번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대책으로 상시 근로자 수 30인 미만이면서 매출액 등 사정이 열악한 곳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투입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는데, 지원 대상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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