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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여드름약 ‘로아큐탄’, 끊임없는 부작용 논란 … 안전성 문제없나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7-21 15:26:15
  • 수정 2020-09-13 16: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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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형아 유발, 임신 최소 1개월 전 복용중단해야 … 발기부전 주의사항 추가
한국로슈의 경구용 여드름치료제 ‘로아큐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5월 10일 중증 여드름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 대표약품명 한국로슈의 ‘로아큐탄’) 제제의 이상반응에 발기부전을 추가하도록 허가사항을 변경하는 등 부작용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는 두개골·뇌신경 이상 등 기형아를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아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금기이다. 임신을 계획할 경우 최소 1개월 이상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오리지널 약이름은 스위스 로슈의 ‘아큐탄’으로 198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았다. 아큐탄은 출시 이후 2000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500만명의 중증 여드름 환자가 복용했으며, 이들 중 85%는 증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때 최고 연매출이 700만달러(약 8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9년에 들어서면서 FDA가 아큐탄을 기형아 유발 등 잠정적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의약품 5가지 중 하나로 지적하는 등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로슈는 같은 해 아큐탄을 복용하고 부작용으로 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건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고 현지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회사 측은 “2002년 특허만료 이후 선파마(Sun Pharma)의 ‘앱소리카(ABSORICA)’ 등 여러 제네릭 출시로 수익성이 떨어져서 환자에게 수백만 달러를 배상하는 대신 시장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로슈는 이후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로아큐탄’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발매했다. 미국에선 아큐탄의 제네릭(복제약)으로 다른 회사의 약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기형아유발은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대표적인 심각한 부작용으로 미국 FDA는 이 약의 안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2006년에 ‘iPLEDGE 프로그램’을 도입, 관련 사이트에 등록한 환자·의료진·약국·유통업체만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1982~2003년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자국 여성 2000명 이상이 아큐탄을 복용하고 160명의 기형아를 출산했다. 대부분은 낙태하거나 유산돼 이보다 훨씬 많은 여성이 기형아 출산 위험에 노출됐다.

이밖에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 관련 흔한 이상반응으로 △구순염 △피부·구강·눈 등 점막건조증 △근육통 △트랜스아미나제(transaminase) 관련 간수치 상승 △비인두염 △빈혈 △고중성지방혈증 등이 보고됐다.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가 드물지만 우울증을 유발·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학계에선 여전히 논쟁 중이다. 아큐탄 등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는 1982~2004년 FDA에 보고된 정신건강 관련 이상반응 총 4992건에 달했고 이 중 자살시도가 192건이었다. 우울증 발생위험이 4번째로 높은 의약품으로 뽑혔다. 정신건강 관련 위험이 높은 상위 10개 약물 중 비정신과 약물은 이소트레티노인이 유일했다. 

국내에선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이 2012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가 청소년 환자에 오남용되는 문제를 지적, 건강보험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이 약의 허가사항에는 사춘기 전 여드름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명시돼 있지만 2010~2012년엔 만12세 미만 환자에게 5887만원가량 처방된 것으로 조사됐다.

허가사항에 따르면 로아큐탄은 환자 체중(㎏)당 허가사항에 따르면 1일 0.5~1㎎을 120㎎에 달할 때까지 투여하게 돼 있다. 체중이 60㎏이라면 하루에 30~60㎎(3~6 캡슐, 1캡슐이 10㎎)을 17~34주(120~240일) 복용해야 한다. 허가사항엔 16~24주(112~168일)간 투여하면 여드름 증상이 호전되고 재발률이 낮아진다고 기술돼 있다. 재발한 경우 최소 8주 이상 휴약하고 치료과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와 관련한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해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허가사항보다 저용량인 1일 10~20㎎(1~2캡슐)을 총 누적용량이 환자 체중(㎏)당 120~150㎎에 달할 때까지 투여하는 게 관행이다. 산술적으로 51~128주(360~900일) 가량 투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원외처방액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경구용 제제는 지난해 약 5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이 중 로슈의 로아큐탄이 21억원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식약처가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허가사항에 발기부전 부작용을 추가한 것은 지난해 12월 캐나다의 보건부(Health Canada, HC)의 결정에 따른 조치다.
캐나다 보건부는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 관련 연구자료를 검토한 결과 동물실험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줄여 발기부전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경구용 비타민A유도체 성분인 알리트레티노인(alitretinoin), 트레티노인(tretinoin), 아시트레틴(acitretin) 등에선 이같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미연 대한여드름학회 학술이사(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과장)는 “경구용 여드름치료제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과 더불어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계·마크롤리드(macrolides)계 등 항생제가 가장 널리 쓰인다”며 “이소트레티노인은 중증 환자를 위한 유용한 치료옵션이지만 안전성 논란이 여러 번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은 여드름의 4가지 병인인 피지·염증·모공의 과다각질화·Propionibacterium acnes균 등에 모두 작용하는 유일한 약이나 중대한 부작용으로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며 “피부·점막건조증 발생도 빈번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는 투여 중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약물로 피부 건조감·일시적인 병변악화 등 이상반응에 적절히 대처하고, 이 약이 꼭 필요한 환자인지 판단할 수 있는 피부과 전문의의 관리·감독 아래 사용돼야 한다”며 “학계에서 이소트레티노인의 부작용으로 염증성장질환·우울증 등이 언급됐지만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경구용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허가사항에 발기부전 부작용 추가로 미용에 관심이 많은 젊은 남성 환자에서 처방이 줄어들 수 있다”며 “경구용 여드름치료제 중 이소트레티노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성분이 없어 광역동요법 등 레이저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동요법은 광감작약물을 피부에 도포한 후 약물과 반응하는 특정 파장의 빛을 쬐어 피지샘의 활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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