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아밀로이드 침착을 사람 뇌에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은 100여 가지가 넘지만 전체의 60~80%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추려면 노화, 특정유전형, 고혈압, 당뇨병, 우울, 운동부족 등 위험요소를 발견해서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고령이나 특정유전형은 교정이 불가능하고 혈압, 당뇨병, 운동부족은 상당 부분 개선되더라도 여전히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상존한다. 따라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치매 요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최근 수면무호흡증이 치매나 인지기능 악화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왔다. 하지만 연구가 고령인 70~80대를 대상으로 이뤄졌고, 치매 원인을 알츠하이머병으로 특정하지 않은 게 한계점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은 성인 인구 4~8%가 앓는 비교적 흔한 신경계 수면질환으로 수면 중 기도가 막히거나 호흡조절에 문제가 생겨 신체 및 장기로의 산소 공급이 중단된다. 이럴 경우 반복적인 저산소증, 깊이 잠들지 못하고 수시로 깨는 수면분절, 주간졸음,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 부정맥·심근허혈·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과 알츠하이머병 간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전 아밀로이드 침착이 시작되는 50~65세 성인을 정상인지 기능을 지닌 수면무호흡증군 19명과 대조군 19명으로 나눈 뒤 PiB(Pittsburgh Compound B)-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ET)을 시행, 뇌 내 아밀로이드 양을 측정 비교했다.
그 결과 수면무호흡증군의 우측 측두엽 피질과 뒤쪽 띠이랑에서 아밀로이드 침착 증가가 확인됐다. 이는 알츠하이머 병적 이상이 시작하는 부위에 해당한다.
윤창호 교수는 “깨어있는 동안 뇌세포 활동으로 조직 내에 쌓인 아밀로이드는 수면 중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을 통해 배출된다”며 “수면무호흡증에 의해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 아밀로이드 배출이 방해돼 뇌에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에 의한 반복적 각성과 저산소증은 아밀로이드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수면 중 잦은 각성은 휴식을 취해야 할 뇌세포를 억지로 활동하게 만든다. 윤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65세 이후에 시작하지만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침착은 이보다 앞선 40~50대에 시작될 수 있다”며 “알츠하이머병이 생긴 이후에는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더라도 질병 진행과 증상의 경감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침착을 막기 위해 미리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일단 발병하면 원인을 교정해도 근본치료가 어렵다. 즉 아밀로이드 침착이 시작되는 중년 시기에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고 지속적양압기치료(CPAP) 등을 받으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 산하 안산 지역사회기반코호트 참여자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로버트 토마스 하버드대 교수, 더글라스 그리브 교수, 로다 오 보스턴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