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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병원 진단서 유독 비쌌던 이유 … ‘제증명수수료 상한제’ 의료계 분통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7-19 13:43:27
  • 수정 2017-07-21 1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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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별 최대 100배 차, 환자부담 가중 … 의사단체 ‘위헌’ 주장, 발급 남발 우려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했던 진단서 수수료에 상한금액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일반진단서, 장애진단서, 입퇴원확인서 등 제증명서의 발급 비용이 병원 종별 및 진단서 종류에 따라 100배(일반진단서 기준 최저 1000원·최대 10만원) 가까이 차이나면서 병원들이 환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일반진단서·사망진단서·자기공명영상(MRI) 등 진단기록영상 CD 발급비는 최고 1만원 이내, 후유장애진단서와 3주 이상 상해진단서는 10만원, 장애진단서는 4만원, 입퇴원확인서는 1000원 이내에서만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일반진단서의 경우 10만원이었던 상한액이 10분의 1 수준인 1만원으로 감소하고, 최저 비용도 1000원에서 0원으로 바뀌어 무료 발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관은 상한금액 범위 내에서 금액을 정한 뒤 관련 내용을 환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고시해야 한다. 금액을 변경하려면 변경일 14일 전에 내용을 의료기관 내에 게시해야 한다. 복지부는 행정예고 기간인 오는 2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21일 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증명수수료는 일반 진료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 병·의원들에게 짭짤한 수입원이 됐다.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전국 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제증명서 발급수수료 현황’ 통계결과 2010년부터 5년간 전국 13개 국립대병원이 거둬들인 제증명서 발급수수료는 총 467억원에 달했다. 부산대병원(본원+양산)이 총 107억8696만원으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고 서울대병원(본원+분당)이 99억2740만원, 경북대병원 62억965만원, 전남대병원(본원+화순)은 42억3346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게다가 제증명수수료는 다른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나 자기공명영상(MRI) 등과 달리 의료비 상승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덜해 의료기관이 받는 부담도 적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의 첫번째 단계로 진단서 수수료 상한제라는 철퇴를 맞게 됐다.

제증명수수료 상한 기준이 적용되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받아왔던 의료기관들은 매출 감소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용 환자가 많고 정부가 제시한 상한액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는 대학병원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경북대병원은 현재 후유장애진단서 수수료로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10만~15만원보다 2~3배 비싼 30만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 적용되면 수수료로 최대 10만원만 받을 수 있어 관련 매출이 3분 1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에 의료계는 제증명수수료의 상한을 정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단서를 비롯해 병원에서 발급하는 서류들은 동사무소에서 발급하는 등본처럼 단순한 사실 관계를 나타내는 문서가 아니라 의사의 소견과 치료계획 등을 담고 향후 의사의 법적 책임까지 요구할 수 있는 고도의 지식집약적 자료”라며 “서류 작성에 들인 의사의 시간과 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낮은 수수료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개원의는 “정부가 제시한 상한액은 단순히 최빈값(가장 많은 수의 의료기관이 받고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어서 그동안 중간 정도의 수수료를 받아왔던 의료기관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며 “발급 비용이 지나치게 저렴해지면 증명서 발급 남발, 행정인력 부족, 인건비 부담 가중 등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법정 비급여인 제증명수수료를 정부가 상한을 정해서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상 시장경제질서의 원리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와의 협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한 비급여 수가를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단서 가격을 낮춘 게 오히려 수수료의 상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동안 환자 편의를 위해 각종 제증명서를 무료로 발급했던 병원들이 정부 고시를 근거로 상한선까지 발급 비용을 올릴 것이라는 논리다.

이같은 의료계 반발에도 정부는 진단서 상한선 제도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복지부는 “병원에서 발급하는 제증명서는 자율이 맡겨지다보니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컸고 국민들 불만을 초래했다”며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환자단체들은 찬성하는 입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제증명수수료는 일반진단서의 경우 100배, 사망진단서는 20배 가까이 차이나 환자들에게 혼란과 부담을 준 게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는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 보장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상향 평준화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이해관계자들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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