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남·김태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한국인에서 심방세동을 유발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여러 발병인자가 관여하는 퇴행성 심장 부정맥질환으로 유전적 요인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60세 이전 나타나는 조기 심방세동은 특히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선행 연구결과 유럽인종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심방세동이면 자녀가 같은 질환을 가질 위험이 1.9배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방세동은 한 가지 유전자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질환(complex disease)이어서 연관 유전자들을 찾기 위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박 교수팀은 60세 이전 심방세동 증세로 전기도자절제술(카테터전기소작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 672명(실험군)과 한국유전체역학조사에 참여한 대조군 3700명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1q24/PRRX1, 4q25/PITX2, 10q24/NEURL, 12q24/TBX5, 16q22/ZFHX3 등 이미 알려진 5개 유전자군이 한국인의 심방세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1q32.1/PPFIA4와 4q34.1/HAND2라는 유전자도 심방세동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어 60세 이전 심방세동 조기발병 환자 200명과 일반인 대조군 1812명을 대상으로 같은 연구를 시행해 새 연구결과를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박희남 교수는 “심방세동은 전 인구의 1.6%가 겪을 만큼 가장 흔한 부정맥 증상으로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발생 원인의 20~25%를 차지한다”며 “인구고령화로 2050년엔 환자가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60% 정도의 심방세동 환자가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뇌졸중 등 연관 질환을 겪은 뒤에야 심방세동을 판정받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수의 한국인 집단을 대상으로 GWAS를 시행해 심방세동 관련 새 유전자를 찾아낸 점은 고무적”이라며 “이번 연구로 한국인의 대표적 난치성질환인 심방세동의 조기진단 및 치료반응에 대한 예측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가 발행하는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IF=19.651)’ 최근호에 ‘심방세동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위치 규명(Korean atrial fibrillation network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for early-onset atrial fibrillation identifies novel susceptibility loci)’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