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치료로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증) 아동의 사회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박성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만 4~7세 아동 15명을 대상으로 로봇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읽고 감정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과 시선을 잘 맞추지 못해 사회생활에 제한을 받는다. 이에 연구진은 이들이 타인과 시선을 맞추고 표정에 담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험에 나섰다.
연구팀은 참가 아동을 실험군 8명과 대조군 7명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실험군은 로봇, 대조군은 치료사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했다. 총 8개 세션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에서 로봇 및 치료사는 아동들이 눈을 맞춘 빈도수를 측정함과 동시에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을 지어보인 뒤 이를 인식하는지 평가했다.
세션 전반부에는 유진로봇이 개발한 ‘iRobiQ’가 사용됐고, 후반부에는 KIST가 이번 연구를 위해 특별히 눈을 통한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로봇 CARO가 투입됐다.
연구 결과 환자가 눈을 맞춘 비율은 로봇 그룹이 치료 전 20%에서 치료 후 78%, 치료사 그룹은 17%에서 74%로 각각 증가했다. 감정인식 정확도는 로봇 그룹이 16%에서 83%, 치료사 그룹은 14%에서 90%로 상승했다. 이와 함께 우울감, 불안, 사회적 위축 등 부정적 감정도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로봇치료는 사람이 시행한 프로그램과 유사한 긍정적 효과를 보여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사회적 기술 훈련에 유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를 위한 훈련시설이나 치료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로봇이 치료사의 보조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유희정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아동들이 사람보다 로봇에게 더 큰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으며 지시를 정확히 따랐다”며 “로봇을 이용하면 환자가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안하게 전문적 프로그램을 교육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치료 자체에 흥미가 없는 환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며 “향후 개인의 필요와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보상시스템이 적용되면 로봇치료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자폐증연구(Autism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