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신동현·김태준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05년 1월~2013년 12월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1만7028여명을 분석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비알코올성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49.3세로 복부초음파검사에선 애초엔 지방간이 발견되지 않았다. 헬리코박터균 보균자는 전체 58.2%인 9918명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건강검진 시점부터 연구가 종료될 때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8만3130인년(Person-year) 동안 3381명에서 비알코올성지방간이 확인됐다. 발생률로 따지면 1000인년당 40.7%다. 이는 1000명을 1년 동안 관찰하면 40.7명이 질병을 진단받는다는 의미다.
헬리코박터 보균자 2080명의 1000인년당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률은 43.2%였고, 비보균자 1301명은 37.2%였다.

연구팀이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성별, 흡연력, 혈압, 체질량지수 등을 보정한 뒤 헬리코박터균의 영향력을 측정한 결과 헬리코박터 보균자는 비보균자보다 상대적인 발병 위험도가 21% 높았다. 비알코올성지방간의 주원인인 대사질환과 별개로 헬리코박터균 자체가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혁 교수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위궤양이나 위암 같은 위질환뿐만 아니라 지방간 등 대사질환과도 연관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환자와 의료진은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지방간의 예방 및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질환의 주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보균자다. 최근 심혈관계질환, 제2형당뇨병, 대사증후군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비알코올성지방간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학계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연구는 ‘소화기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