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가장 흔한 폐선암은 표적치료 도중 악성도가 더 나쁜 소세포폐암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적합한 치료법을 찾기 어려다. 워 이런 가운데 김태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주영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이준구 전문의팀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 중 소세포폐암이 발생하는 기전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폐암은 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크게 비소세포폐암(폐암의 85%)과 소세포폐암(나머지 15%)으로 분류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세포의 모양에 따라 다시 폐선암과 편평상피세포폐암, 대세포폐암 등으로 구분한다. 과거에는 흡연과 관련 있는 편평상피세포폐암의 빈도가 가장 높았으나 최근에는 폐선암이 가장 흔하다.
일부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유전적 변이 중 하나인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주로 폐선암에서 발견되며 여성, 비흡연자,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에서 많이 나타난다.
EGFR-돌연변이가 있으면 이를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를 쓴다. 문제는 초기에는 종양의 크기가 줄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커지는 약제의 내성이 나타나는데, 특히 폐선암에서는 내성기전의 일부로 표적치료 중 소세포폐암으로의 변환이 관찰된다. 비소세포암인 폐선암에 비해 소세포폐암은 상대적으로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빨라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악화시킨다.
연구팀은 이 변환과정을 밝히기 위해 EGFR-돌연변이 폐선암 환자 4명의 표적치료 전후 종양조직을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 기법을 이용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소세포폐암으로 변환된 환자는 치료 전 폐선암 조직과 치료 후 소세포폐암 조직 모두에서 종양억제유전자인 ‘TP53’과 ‘RB1’가 완전히 비활성화된 것으로나타났다.
이는 폐선암의 첫 진단 시 조직을 이용한 TP53 · RB1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료 중 소세포폐암으로의 변환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 없이 두 유전자에 대한 간단한 면역병리 검사만으로도 이를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해 임상적용도 가능케 했다.
주영석 교수는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 기법을 통해 암세포의 진화과정을 재구성해 폐선암의 소세포폐암 변환 현상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준구 전문의는 “진료현장에서 지난 10년간 해결 못한 의문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김태민 교수는 “병원과 연구소 간의 유연한 협력연구가 원동력이며, 임상과 기초연구가 잘 연계된 대표적인 연구사례”라며 “연구에 참여한 기관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진료에 응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임상종양학회 공식 학회지인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mpact factor = 20.982)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