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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K 씨, 썸남 손 뿌리쳤다 어색해진 사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6-06 15:41:24
  • 수정 2020-09-13 16: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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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한 상태서 겨땀 5분간 100㎎ 나면 다한증 … 수술, 국소증상에 효과적이나 부작용 우려
다한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3배 이상 많은 땀을 흘리고 정신적으로 긴장하면 증상이 심화된다.

여대생 권모 씨(22)는 만난 지 두 달째 되는 ‘썸남’에게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발견했다. 썸남은 유난히 땀이 많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화 중 계속 땀을 닦는 모습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음식도 아닌데 밥 먹는 내내 땀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아직 봄인데 한여름엔 얼마나 심하려나’라는 걱정도 들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 주말에 발생했다. 조용한 공원을 걷던 중 썸남이 덥석 손을 잡았는데 권 씨는 축축한 느낌에 순간적으로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손을 뿌리쳐 버렸다. 순간적으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고 그날 이후 썸남에겐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6월로 접어들면서 일부 지역은 기온이 30도를 넘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까지 주춤한 덕분에 맑은 날이 지속되자 전국의 산과 바다는 벌써부터 여행객으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다한증 환자에게 여름은 스트레스와 고통의 계절일 뿐이다.

다한증(多汗症)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리는 질환으로 땀과다증으로도 불린다. 보통 정상인보다 하루에 3배 이상 많은 땀을 흘린다. 몸통보다는 양손, 발, 겨드랑이, 얼굴 등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정신적으로 긴장하면 증상이 심화된다.  

대부분 땀을 많이 흘리는 다한증이 문제가 되지만 땀이 전혀 나지 않는 무한증도 건강엔 좋지 않다. 땀을 흘리지 않아 편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다한증보다 훨씬 위험하다. 땀을 제대로 흘리지 않으면 땀구멍이 막혀 체온조절이 불가능해지고 심하면 전신이 무기력해지면서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땀은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다. 피지와 함께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피부 표면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노폐물 배출과 체온을 조절하는 냉각수 역할도 한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운동을 많이 해 체온이 3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19만~24만개 땀샘에서 하루 평균 0.6~0.7ℓ의 땀이 분비된다.

하지만 땀이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면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건우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다한증은 무한증과 달리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학교·직장 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기 쉽고 정서적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국내 유병률은 0.6~1.0%로 유전적 영향이 크게 작용해 다한증 환자의 25~50%가 가족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쪽 겨드랑이에서 5분 동안 100㎎ 이상 땀이 나면 다한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한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성과 2차성으로 분류된다. 1차성은 34도 이상 온도, 감정, 교감신경 변화로 생긴다. 손, 발,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게 특징이다.  2차성 다한증은 당뇨병, 저혈당, 심부전, 갑상선기능항진증, 폐경, 음주, 약물 금단증상 등이 원인이다. 평소 과도하게 땀을 흘린다면 대사성 질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흔한 형태는 손발에 땀이 나는 수족(手足) 다한증이다. 이밖에 밤에 잘 때 땀을 흘리는 도한증,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땀이 나는 자한증, 겨드랑이에 집중적으로 땀을 흘리는 액한증 등이 나타난다.
 
다한증은 액취증과 다른 질환이다. 다한증은 에크린(eccrine) 땀샘, 액취증은 아포크린(apocrine) 땀샘에서 비롯된다. 이 중 에크린 땀샘은 피부 전반에 넓게 퍼져 있으며 맑고 투명한 땀을 배출한다. 이곳에서 나는 땀은 99%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끈적임과 냄새가 거의 없다.
반면 액취증을 유발하는 아포크린 땀샘에선 끈적거리고 냄새나는 땀이 분비된다. 주로 모낭에 존재하기 때문에 털을 제모하면 냄새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는 액취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다한증 치료의 기본은 땀의 분비를 막는 것이다. 염화알루미늄을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은 에크린 땀샘에 젤리 모양의 막을 형성해 땀구멍을 막는다. 저녁에 바르고 다음 날 아침에 물로 씻어내면 된다. 권장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면 피부가 벗겨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안면 다한증에 사용되는 글리코피롤레이트(Glycopyrrolate) 성분 약품은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아세틸콜린을 억제해 땀 분비를 줄여준다. 동공 확대, 시야 흐림, 입마름,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피하조직에 보톡스를 소량 주입하는 시술도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다. 보톡스가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 땀 분비를 줄이는 원리로 시술 시간이 짧고, 효과가 최대 1년까지 지속된다. 겨드랑이처럼 피부가 얇은 부위에 효과적이지만 일정 기간 후 재시술이 필요하고 시술 시 통증이 큰 게 단점이다. 

2㎜ 굵기의 흉강내시경을 이용해 흉부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은 근본적인 치료법이만 부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다한증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손이나 얼굴에 땀이 많이 나는 국소적 다한증에 효과적이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의 땀 배출이 증가하는 ‘보상성 다한증’이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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