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근 세계에서 공기오염이 가장 심한 국가 대열에 올랐다. 지난 3월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감시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은 서울 공기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나쁘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보내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2016년 ‘환경평가지수’(EPI)에 따르면 한국의 공기청정도는 100점 만점 중 45.51점으로 세계 180개국 중 173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미세먼지의 습격에 봄날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요즘이다. 특히 레저·스포츠 마니아들도 취미생활을 접고 있다. 여름철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는 여대생 최모 씨(22)는 “평소 한강에서 조깅을 하며 체중관리를 하고 있다”며 “운동하고 오면 목이 칼칼하고 코가 간지러워 헬스클럽에 다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보다 한강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줄어들었다”며 “마스크를 끼고 운동하면 얼굴에 땀이 차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실외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야외에서 운동하면 평소보다 호흡량이 늘어나고, 깊은 숨을 쉬며 오염물질을 대량으로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는 폐포까지 쉽게 도달해 혈관으로 흡수되면 체내에서 순환하다 혈관벽에 침착,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호흡기질환은 물론 폐 염증을 유발하고 혈액 점성을 높여 심근경색을 포함한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 수준에서 1시간 동안 숨을 쉬는 것은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서 1시간 40분 동안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 해 미세먼지로 인해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 명에 이른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외운동보다 헬스클럽 등을 찾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야외에서 미세먼지 필터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해도 초미세먼지는 차단하지 못한다.
장윤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등산, 사이클링, 조깅 등 운동은 많은 호흡량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보통 30분 이상 지속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 우려가 높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야외운동을 삼가야 하며 소아, 노인, 호흡기질환자 등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외운동은 러닝머신, 실내자전거 등 운동기구를 이용한 실내운동으로 대체하는 게 유리하다. 가장 추천할 만한 운동은 수영이다.
단 도심의 경우 실내운동장에도 유해물질이 많이 쌓여 있을 우려가 높아 운동 전 충분히 환기하는 게 필수다. 실외 미세먼지 수치가 높거나 실내에서 먼지를 털거나 요리한 직후에는 실외농도보다 높은 미세먼지가 발생하므로 환풍기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
단 아침이나 저녁 등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의 환기는 오히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장윤수 교수는 “집안 환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오후 1∼3시가 좋다”며 “또 비 온 뒤에도 미세먼지가 가라앉기 때문에 실내 환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헬스장, 체육관 등에서 운동을 할 때는 환풍 시설이 적절하게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수”라며 “실내공간 속에 있는 유해 요소들을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