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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렛증후군 아이, 무조건 다그치다 ADHD·강박장애 동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5-10 10:23:54
  • 수정 2021-10-09 19: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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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 기저핵 근육통제시스템 이상, 자제력 상실 … 초기엔 무관심, 차후 항도파민제제 치료
투렛증후군의 틱 증상은 아이가 일부러 내는게 아니므로 무조건 다그치면 오히려 심리적 부담이 가중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학령기 이전 아이들은 대부분 손톱을 깨물거나, 다리를 떨거나, 말을 할 때마다 킁킁 소리를 내거나, 손가락을 빠는 등의 습관을 고집스럽게 반복한다. 이런 버릇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빈도 수가 줄고 사라지지만 간혹 틱장애나 투렛증후군 같은 신경질환 위험을 알리는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특히 이런 습관이 나타날 때 부모가 심하게 다그치거나 체벌을 가한다면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돼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

투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 뚜렛증후군)은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움직임과 소리를 반복해서 내는 틱장애가 20세 이전에 발병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틱은 운동틱과 음성틱으로 나뉜다. 이문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동틱은 머리를 흔들거나, 어깨를 들썩이거나, 눈을 찡그리는 행동이 나타난다”며 “몸의 윗부분에서 증상이 시작돼 아래로 이어지며, 점차 물건을 던지거나 자신을 때리는 것으로 심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인 복합성 운동틱은 여러 근육이 동시에 수축해 냄새맡기, 뛰기, 발구르기 등 더 통합적이고 마치 목적을 가진 것 같은 행동을 보인다.
음성틱은 킁킁거리거나 침뱉는 소리부터 시작해 욕설이나 성적인 말을 하는 복합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휴식을 취하거나 어떤 행위에 몰두해 있을 땐 증상이 호전된다. 또 초기엔 잠시나마 스스로 억제할 수 있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선 숨기다가 집에 온 뒤에야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증상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재채기나 딸꾹질을 참는 것과 비슷해 환자가 답답함을 느낄 수 있고, 그 순간이 지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틱장애 및 투렛증후군 환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결과 2009년 1만6000명이었던 틱장애 환자는 지난해 1만7000명으로 매년 1.9%씩 늘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77.9%~78.8%, 여성이 21.2%~22.1%로 남성 진료인원이 3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10대가 45.3%로 가장 많았고 10대 미만 37.1%, 20대 8.7% 순으로 나타나 20대 미만이 82.5%를 차지했다.

틱장애는 심리적 위축이나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발달장애에 해당하는 생물학적 질환이다. 보통 뇌의 근육통제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저핵은 움직임을 적절히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기저핵 내부엔 외부자극 중 중요하지 않은 자극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하는 시상과 불필요한 동작을 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브레이크 기능을 수행하는 선조체가 끊임없이 작동한다. 스트레스, 과다 활성산소, 산소부족, 자가면역, 유해물질 등으로 시상과 선조체에 이상이 생기면 모든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의지와 관계없는 소리와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틱 증상은 3~8세 어린이 100명당 4명꼴로 나타나 10~12세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본격적으로 뇌가 발달하는 10대 중후반부터 조금씩 완화된다. 성인기에 들어서면 환자의 60~80%는 증상이 거의 없어진다. 하지만 전체 환자 100~1000명 중 1명 꼴로 어른이 돼서도 증상이 지속되는 투렛증후군으로 악화된다. 

이 질환은 틱증상 외에 여러 심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전체 환자의 50%가 강박증, 30~60%가 ADHD를 함께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강박장애는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해서 어떤 생각이 머리 속에 침투하듯이 떠올라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정리강박, 확인강박, 의식행동, 숫자헤아리기 등 행태로 나타난다. 숫자헤아리기는 예컨대 강박장애 탓에 숫자를 1부터 100까지 세야 마음이 편해진다면 중간에 숫자 세기를 그만두기 어렵고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

정리강박은 특정 물건이 마음에 드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확인강박은 가스불이나 전등을 껐는지 반복해서 확인해야 안심한다. 스스로 이런 강박증상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복한다는 점에서 정신질환과 다르다. 투렛증후군 환자의 경우 특정 소리나 행동을 반복해야 직성이 풀린다. 과거엔 강박장애를 ‘노이로제’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울증, 불면증, 불안 등 정서장애도 투렛증후군 환자에서 자주 발견되는 증상이다. 전체 환자의 약 25%가 정서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수면장애, 공포감, 특정 대상에 쫓기는 느낌, 무기력, 위축감 등 신경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이문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투렛증후군의 틱 증상은 아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각적으로 나타나므로 보호자가 다그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아이를 심하게 지적해 강제로 행동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틱 증상 초기엔 관심을 주지 않고 긍정적이며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투렛증후군의 완치법은 없으며 항도파민제제나 신경이완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할로페리돌(haloperidol), 플루페나진(fluphenazine), 피모짓(pimozide) 등 항도파민제제는 전제 환자의 60~80%에서 틱증상의 강도와 횟수를 감소시킨다. 습관 뒤집기법이나 후속사건 처리기법 등 행동치료로 사회적 행동을 강화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이끌어 내는 것도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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