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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보다 ‘보톡스’ … 불황에 떠오르는 쁘띠성형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4-20 18:13:52
  • 수정 2017-04-27 20: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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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립스틱 못잖게 저렴한 비용, 유지기간 길어 ‘가성비 월등’ … 개원가는 과열경쟁에 매출 저조
흔히 불황이 깊어지면 립스틱 판매가 늘어나는 ‘립스틱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불황에 소득이 줄어도, 적은 비용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아이템이어서다. 

최근엔 립스틱 효과가 ‘보톡스 효과’로 이동하는 듯한 추세다. 보톡스·필러 등 쁘띠성형 시술 비용이 립스틱 값만큼 저렴해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 필러 시장 규모는 2009년 200억원에서 2016년 1300억원까지 늘어났으며, 보톡스 시장도 1000억원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성형외과 개원가에 취재를 하러 가면 대기실에서 마취크림을 마스크팩처럼 바르고 앉아 있는 고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IT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윤모 씨(27·여)는 “가성비를 따지다보니 화장품보다 피부과·성형외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며 “요즘엔 필러나 보톡스 비용이 5만원대 명품립스틱 하나를 살 수 있는 정도로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이 너무 바빠 풀메이크업은 꿈도 못꾸다보니 차라리 화장보다 ‘생얼’(민낯)을 예쁘게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게 됐다”며 “의외로 저렴한 시술 비용에 진정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황에 립스틱이 잘 나가는 것은 결국 ‘가성비’ 덕분이다. 요즘 핫한 T사의 립스틱은 정가 기준 6만원을, Y사의 립틴트는 4만원을 훌쩍 넘는다. 립스틱을 거의 끝까지 쓰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보통 한 계절이 지나면 다른 계절에 어울리는 립스틱을 사다보니 립스틱 수명은 3개월 남짓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쁘띠성형은 명품 립스틱과 비슷한 비용에 1년 가까이 효과가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또 시술 후 다운타임(회복기)을 가질 필요가 없어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단순 주름제거 보톡스 치료는 1만원대 수준으로 내려갔다. 가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각턱보톡스도 3만~4만원대로 맞을 수 있다. 국내 제약사마다 보톡스·필러를 내놓다보니 약품 비용도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앨러간이 독식해오던 보툴리눔톡신은 100만원을 웃돌았으나 2000년대 들어 메디톡스, 휴젤파마, 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이 뛰어들어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다. 실제로 ‘보톡스’란 고유 상품명은 앨러간이 보툴리눔톡신을 정제해 만든 약품이었으나 처음 주름개선 용도로 선보이자 이젠 시술 명사로 굳어졌다. 

학원강사 최모 씨(30·여)도 “예전엔 속눈썹연장, 젤네일아트 등을 즐겨받았지만 5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도 네일아트는 1주일, 속눈썹 연장은 3~4주 정도 효과가 지속되고 말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면 6개월 전 받은 턱끝필러는 처음부터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냈고,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며 인상이 좋아졌다는 이야길 많이 듣고 있어 1년에 한번씩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턱끝필러는 당시 국산 제품을 써서 1㏄ 주입했고, 비용은 10만원이 조금 안 되는 정도”라며 “1년에 10만원을 투자해 예쁜 얼굴형을 유지할 수 있다니 오히려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쁘띠성형 수요에 비해 성형업계는 사상 초유의 불황을 겪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시작으로 중국인 의료관광객이 줄어들더니, 이듬해부터는 정부·포털의 감시로 홍보채널이 막히면서 점차 ‘비급여 수가경쟁’이 치열해져 시술비용이 크게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미용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A모 의사는 “요즘 병원에서 수술은 많아야 한 건이고, 그조차도 간단한 쌍꺼풀성형이나 보조개수술”이라며 “내원 의료소비자의 대부분은 보톡스, 필러, 실리프팅 등 주사로 이뤄지는 쁘띠성형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다보니 손님이 늘어 진료시간만 늘어났지 저렴한 비용 탓에 과거에 비해 오히려 매출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싼 게 비지떡’인 것은 이 분야에도 적용된다. 지나치게 저렴한 의료서비스에 가성비는커녕 시술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할 수 있고, 부작용에 시달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령 정량보다 더 많은 생리식염수를 타서 희석한 ‘물톡스’ ‘물필러’를 맞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보툴리눔톡신은 국산 한 제품(메디톡스)만 제외하고는 흰색 분말의 형태를 띤다. 이를 식염수에 섞어 액체로 만든 뒤 주사하는데, 식염수 농도만 짙게 만들면 말 그대로 ‘물톡스’가 된다. 

필러는 제품 특성상 희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품을 쓰는 척하며 다른 제품으로 바꿔치기를 한다든지, 적량보다 모자라게 주입하는 꼼수를 쓴다. 따라서 정품정량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보톡스·필러는 시술 후 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보톡스 부작용은 대개 무표정, 잘못된 주사로 인한 인상 변화 등에 그친다. 주입된 보톡스는 6개월 정도 지나며 체내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변한 인상을 교정하려면 약물이 배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영 조급하다면 사우나, 운동 등 열을 많이 내는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반면 필러는 흔히 ‘실명’ ‘괴사’ 등 혈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마·미간·코 필러 시술에 앞서 ‘실명되면 어떡하지’ 걱정하다가 큰 용기를 내 시술대에 눕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국내서 실명·괴사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같은 사고는 대부분 ‘캐뉼라’를 활용하지 않아서 생기는 데 국내 의사들은 캐뉼라 사용을 준수하는 편이다. 필러는 기본적으로 캐뉼라로 주입하는 게 안전하다. 일반 바늘은 끝이 뾰족해 혈관을 찔러 실명, 괴사 같은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필러 주입용 캐뉼라는 끝이 동그랗게 처리돼 있어 아주 힘껏 찔러넣지 않는 이상 혈관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면 집도의에게 ‘캐뉼라로 시술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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