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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링컨 대통령, 암살 전 시한부 삶 살았던 속사정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4-17 18:23:07
  • 수정 2020-09-13 16: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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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판증후군, 키 지나치게 크고 팔 무릎까지 내려와 … 대동맥 파열시 사망 위험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라 부모에게 유전자를 받으면 발병 확률이 50~70%대로 치솟는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해방의 영웅’으로 불렸던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럼햄 링컨은 종전 이듬해인 1865년 연극을 관람하던 중 머리에 암살범이 쏜 총탄을 맞고 숨을 거뒀다. 미국 통합이라는 업적에 대한 찬사와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동정심이 맞물려 100년 가까이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몇 년전부터 당시 링컨이 ‘중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도 몇 년 안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처음엔 링컨이 갑상선암을 앓았다는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다가, 2~3년 전부터는 ‘마르판증후군(Marfan syndrome, 말판증후군으로 불림)’을 앓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심장병 전문가인 존 소토스 박사는 링컨의 생전 사진과 역사 기록들을 분석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질환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선천성 발육이상으로 키가 비정상적으로 크고, 관절이 이완돼 몸이 지나치게 유연해진다. 예컨대 엄지손가락을 뒤로 완전히 젖히면 손가락 끝이 팔목에 닿는다. 이밖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팔, 좁고 긴 얼굴, 거미처럼 가늘고 긴 손가락과 발가락, 척추측만증 등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다.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마르판증후군 환자는 손가락이 유난히 길어 지주지증(蜘蛛指症:거미손가락증)으로도 불린다”며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에 붙인 뒤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감쌌을 때 엄지손가락 끝부분이 밖으로 돌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의 수정체 모양이 변형돼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환자의 50%가량에서 척추가 휜다”며 “근육발달이 저하되고 피하지방이 매우 적어 외관상 삐쩍 마른 체형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링컨은 키가 193㎝로 당시 남성들의 평균 키에 비해 매우 큰 편이었다. 게다가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체형에 얼굴은 살이 없고 안으로 푹 꺼져 매우 볼품없어 보였다. 링컨 자신도 한마디로 ‘빈티’ 나는 외모와 체형에 상당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상원의원 선거 당시 부인과 보좌관들이 수염을 기르라고 권유한 것도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다. 

1896년 최초 발견자인 프랑스 의사 베르나르드 마르팡(Bernard Marfan)의 이름에서 병명을 따왔다. 2차세계대전 때 프랑스 망명정부를 이끌었던 샤를 드골 대통령도 마르판증후군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농구나 배구 선수에서 발병 위험이 높고, 국내에서는 왕년의 농구스타 한기범 씨가 마르판증후군을 앓았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줬다. 한 씨는 현역 은퇴 후 질병이 악화돼 쓰러졌다가 10시간을 넘는 힘겨운 수술 끝에 가까스로 건강을 되찾았다.
1970년대 한국 남자배구 스타로 유명했던 강두태 씨는 현역 은퇴 직후 마르판증후군에 의한 심장마비로 불과 33세에 사망했다.

마르판증후군은 키가 지나치게 커지는 증상이 말단비대증, 이른바 ‘거인병’과 비슷하다. 거인병의 일종으로 분류되지만 같은 질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말단비대증은 가장 흔한 원인이 뇌하수체종양에 따른 성장호르몬 과다분비로 앞이마와 턱이 튀어나고 손과 발 자체의 크기가 커진다는 점에서 마르판증후군과 차이가 난다.

마르판증후군은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포간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결체조직(結締組織)의 구성요소인 피브릴린(fibrillin)-1 유전자가 비정삭적으로 변이돼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유전적 소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라 부모에게 유전자를 받으면 발병 확률이 50~70%대로 치솟는다.

인구 1만명당 2명꼴로 발생하는데 유전질환 특성상 환자나 가족이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마르판증후군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6년 인구 10만명당 0.90명이던 국내 유병률은 2013년 2.27명으로 2.5배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10대 환자가 10만명당 6.4명으로 환자가 가장 많았다.

이 질환은 단순히 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심혈관, 골격, 눈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동맥혈관이 풍선처럼 부풀다 결국 찢어지면서 터지는 대동맥박리는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전체 환자의 70%가량에서 발생한다. 
대동맥이 찢어지면 가슴과 등쪽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신속히 수술받지 못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승모판막탈출증, 대동맥판막폐쇄부전증도 발병 위험이 높은 심혈관계질환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대동맥박리 위험이 급증하므로 농구선수 등 운동선수가 이 병을 앓게 되면 은퇴 밖엔 답이 없다.

동맥이 갑자기 늘어나 지름이 5㎝ 이상으로 확장되면 기존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시술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대동맥 지름은 약 1.5㎝ 내외로 복부는 5㎝, 심장은 6㎝ 이상이면 1년 이내애 50% 확률로 파열될 수 있다.

또 환자 중 절반은 척추가 S자형으로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을 겪고 이 중 20%는 척추만곡이 40도를 넘어 교정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정체 이탈, 시력저하, 망막 박리, 녹내장 등 눈에도 각종 합병증을 초래한다.

질병 초기엔 혈압강하제의 일종인 베타차단제를 처방해 혈관 확장을 막고 맥박 수를 감소시킨다. 약물 못지 않게 환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대동맥이 받는 부담을 줄이려면 무거운 물건 들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피해야 한다. 맥박 수가 110회를 넘기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걷는 운동을 주 3회 정도 해주는 게 좋다.

김 교수는 “30년 전까지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워 평균수명이 32세 정도에 머물렀지만 90년대 이후 적극적인 검사와 조기치료 덕분에 63세 정도로 늘었다”며 “저염·저콜레스테롤 식이를 통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심장에 부담을 주는 질병을 예방하고,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거나 팔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가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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