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최승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주경민·이영은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알코올의존증 치료제인 ‘다이설피람(disulfiram)’과 방사선치료 병행요법이 악성 소아뇌종양인 비정형유기형 간상종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소아뇌종양 중 예후가 가장 나쁜 이 질환은 수술 후 항암 및 방사선치료를 해도 평균 생존기간이 1년을 넘기기 어렵다. 다이설피람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알코올의존증 치료제다. 연구팀은 2015년 동물실험으로 다이설피람이 비정형유기형 간상종양 치료에 효과적임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팀은 다이설피람이 방사선치료에 어떤 영향을 주고, 두 치료법을 병행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비정형유기형 간상종양이 나타난 실험용 쥐를 3군으로 나눠 각각 다른 치료를 시행했다. 56일 뒤 다이설피람과 방사선치료 병행치료군의 종양 크기는 1.02㎣로 다이설피람 단독처리군(31.23㎣)이나 방사선 단독처리군(20.80㎣)보다 훨씬 작았다.
생존기간도 129일로 다이설피람 단독처리군(65일)과 방사선 단독처리군(76.5일)보다 길었다.
방사선은 뇌종양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주변 정상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어 뇌가 발달 중인 소아 환자에겐 고선량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이설피람을 병용하면 약물이 방사선에 대한 종양의 반응성을 높여 적은 방사선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방사선량이 줄면 부작용이 최소화되고 소아 환자에게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김승기 교수는 “지금까지 소아 환자에서 발생한 비정형유기형 간상종양은 치료 시 많은 제약에 부딪혔다”며 “이번 연구로 항암 방사선치료의 강도와 기간을 조절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설피람은 소아뇌종양 외에도 방사선 저항성을 보이는 다른 암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미국뇌신경종양학회지’(Neuro-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