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남성의 정자 활동성이 예전만 못하다고들 한다. 남성 불임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8~2012년 난임으로 진료받은 남성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12%였다고 밝혔다. 증가율이 3%에 불과한 여성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남성 불임은 대개 정자 활동성이 떨어지거나, 정자량이 적을 때 나타난다. 정액의 1회 배출량은 2~5㏄로 1㏄ 내에 4000만~6000만 마리의 정자가 포함돼 있다. 1㏄에 포함된 정자 중 50% 이상이 활발한 운동성을 보이거나 초당 20μm 이상 움직이는 정자가 25% 이상이면 정상으로 판정한다. 임신을 위해서 필요한 이상적인 정자 수는 ㎖당 약 7000만개 정도다.
최진호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수십 년 전에 비해 남성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20~30대 남성이 이전 세대에 비해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생식 기능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임을 진단받고 뒤늦게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젊은 남성들은 정자수 및 정액량이 적거나 정자의 질이 나빠 수정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40년 ㎖당 1억마리였던 정자 수가 50년 뒤인 1990년엔 6000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우선 잘못된 생활습관부터 고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활동성을 높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고환은 ‘차갑게’, 드로즈보다 트렁크
기본적으로 정자활동성을 높이려면 고환을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정자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환의 온도는 체온보다 1~2도 낮게 유지하는 게 최적이다. 고환 온도가 올라가면 정자 수와 운동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형정자가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는 게 정설이다.
홍재엽 분당차여성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평소 타이트한 드로즈보다 트렁크형 속옷을 권한다”며 “이밖에 한동안이라도 고환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운동으로 수영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시원한 게 좋다고 일부러 얼음 등으로 고환을 차갑게 만들 필요는 없다. 고환 온도가 너무 내려가도 정자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안드레아스 융 독일 기센대 교수는 생식력에 장애가 없는 남성 5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딱 맞는 삼각팬티를, 다른 그룹에는 헐렁한 사각팬티를 입히고 나머지 복장은 통일한 뒤 20도 실내에서 일정한 속도로 트레드밀 위를 걷게 했다. 그 결과 타이트한 삼각팬티를 입은 그룹의 고환 온도가 현저히 상승했다. 스키니진 등 청바지를 입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흡연은 생식상피에 악영향, 정자형성장애 유발
흡연과 음주는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홍 교수는 “술과 담배는 세포분열이 왕성한 생식상피에 악영향을 미쳐 정자형성장애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흡연은 남성 생식기능 저하의 대표적 위험요인이다. 담배 연기 속 벤조피렌 등은 정액 사정량을 감소시키고 하루 20개비 이상을 피우면 정자의 밀도와 운동성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담배에서 나오는 많은 화학물질이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세포에 균열을 일으켜 유전물질인 정자의 DNA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니코틴은 정자 활동성을 비이상적으로 느리게 만들어 정자가 난소에 도달하기도 전에 죽게 만든다.
충분한 아연 섭취, 코엔자임Q10도 ‘추천’
정자수를 늘려주고 정자의 활동성을 활발하게 만들고싶다면 ‘아연’에 주목해보자. 아연은 천연 ‘섹스미네랄’로 불린다. 세포 분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연은 전립선, 정소, 정액, 정자에 많은 구성분이다. 아연은 전립선에서 성호르몬의 합성에 관여하고, 정자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남성에서 아연이 부족해지면 정자수가 줄어들고 정자의 활동성도 약화시킨다. 아연의 하루 권장량은 12~15㎎다. 작은 크기의 굴 2개 내외면 하루 섭취량을 충족한다. 이밖에 붉은 살코기, 간, 새우, 장어, 보리, 귀리 등에 풍부하다.
이밖에 비타민C·E 등 항산화 작용이 강한 영양제를 보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노화방지에 탁월한 코엔자임Q10도 추천할 만하다. 코엔자임Q10은 정자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20~30대 불임 남성들에게 코엔자임Q10을 6개월 복용하게 한 결과, 정자 운동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금욕이 무조건 유리? 1주일에 1~2회 사정하는 게 좋아
흔히 임신을 바라는 부부 중 금욕을 오래 하고 배란일에 관계하면 임신이 쉽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식기능이 정상인 남자도 오래 금욕하면 정자의 숫자만 늘어날 뿐 활동성과 모양은 나빠진다. 언뜻 금욕생활을 오래하면 정액이 짙어져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정자의 수명은 3일 정도다. 계속 배출하지 않을 경우 정액 속에 죽은 정자도 늘어난다. 일본 비뇨기과 전문의 기무라 마사키 교수는 “정자 운동성이 나빠지므로 1주일에 한두 번은 사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자파 멀리하기 … 다만 영향은 아직 불분명
흔히 와이파이(wifi), 전자파 등이 정자를 손상시키고 남성의 생식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자파가 정자 수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2년 전자파가 남성 생식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밝혔던 덴마크 연구진은 지난해 “추적 결과 15년간 관찰한 결과 정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기존 연구를 번복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정자 수에 관한 연구는 개인의 생활 습관과 환경 등 변수가 많아 단발성 실험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입장이다.
국립전파연구원도 의학적으로 전자파 노출이 정자 활동성 및 변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전자파로 인해 태아의 성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찜찜하다면 최대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지 말고, 통화할 때 휴패폰을 얼굴에서 살짝 띄우고,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무릎에 두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플라스틱 제품이나 휴대폰 사용 등으로 정자 수가 감소되는지 묻는 것과 관련, 연관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되 그래도 의심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가령 비만이나 과체중이라면 정상 체중으로 되돌려야 한다. 특히 당뇨병이 심해지면 역행성 사정과 같은 사정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 고혈압, 고지혈증, 내장지방 과다라면 성기능장애가 생길 수 있다.
정계정맥류도 고환 온도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음낭 내 고환정맥이 확장되면서 고환 피부 밖으로 혈관이 보이거나 손으로 꼬불꼬불한 핏줄이 만져지는 질환이다. 1차 불임 남성의 35%, 2차 불임 남성의 80% 정도가 이 질환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1차 불임은 1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다. 2차 불임은 과거에 임신이나 분만력이 있으나 그 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