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추출물(Ginkgo Biloba Extract, GBE)은 간헐성파행증(말초동맥순환장애)나 기억력감퇴·어지러움 등 뇌기능장애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히 처방된다. 말초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징코라이드(ginkgolides, 또는 테르펜락톤 terpene lactones) 성분 외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폴라보노이드 및 폴리페놀 성분을 함유해 세포손상을 예방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출시돼 있다.
다만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혈류량을 늘리므로 수술 전후 환자에선 출혈위험을 높여 주의해야 한다.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없지만 가벼운 위장장애, 두통,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의 ‘기넥신F’이 20년 넘게 국내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2년 발매 첫해에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04~2005년 중국·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베트남·유럽 등으로 수출되면서 2007년 최전성기를 구가할 땐 400억원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은행잎추출물 제제는 2008년 건강보험 급여 제한(이듬해 일부 다시 확대) 및 2010년 급여 삭제(2012년 급여 재등재), 이후 지속적 약가 인하를 겪어야 했다. 유효성에 대한 입증이 미진하거나 해석 여하에 따라 유효성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넥신F는 최근 연 150억원 정도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보다 후발주자인 유유제약의 은행잎추출물 제제인 ‘타나민’은 2003년 국내 출시된 이후 2007년 200억원 넘는 매출로 회사 전체 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급여 제한·삭제 여파로 현재는 1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타나민은 세계적인 생약 전문회사인 독일 슈바베가 만든 원료인 EGb761을 사용해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신뢰도를 높였다.
2008년 5월 치매에 인지기능개선 목적으로 투여할 때만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다른 적응증인 어지러움(현훈), 말초동맥 순환장애, 이명 등에는 급여가 삭제됐다가 이듬해 중추성 어지러움증에 한해 요양급여가 다시 인정됐다.
2010년 5월에는 치료보조제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급여 대상 의약품에서 삭제됐지만 2012년 7월 급여 목록에 다시 등재돼 인지기능장애를 동반한 치매, 중추성 어지러움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2013년 3월부터 간헐성파행증까지 급여 지원범위가 확대됐다.
현재 은행잎추출물 제제에서 급여가 인정되는 질환은 총 3가지로 △인지기능장애를 동반한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에 인지기능 개선 목적으로 투여(단 아세틸콜린분해억제제나 메만틴 제제와 병용할 때는 1종에만 요양급여(본인일부부담), 병용한 약 중 투여비용이 저렴한 약값은 전액 환자가 부담) △중추성 어지러움 △간헐성파행증(말초동맥순환장애) 등이다.
은행잎추출물은 이명, 녹내장, 협싱증 등에 대해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건의 임상연구에서 결과가 상반되게 나오거나 임상연구 규모가 작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2003년 이탈리아 정상안압녹내장 환자 27명이 참여한 8주간의 소규모 임상연구에서 위약을 4주간 투여하기 전이나 후에 은행잎추추물을 4주간 복용한 결과 시야검사 지표가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용우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팀이 2005~2013년에 내원한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 총 406명을 대상으로 은행잎추출물 및 안토시아노사이드(anthocyanoside)의 치료효과를 의무기록을 통해 후향분석한 결과 당뇨병 동반 유무와 관계없이 이들 성분을 투여한 환자군은 시야검사 값인 MD(Mean deviation), PSD(Pattern standard deviation) 수치가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 안토시아노사이드 투여군은 교정시력(logMAR)을 유의하게 개선시킨 반면 은행잎추출물 투여군은 대조군과 비슷했다.
은행잎추출물은 귀 안쪽 좁은 부분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사의 재량에 따라 비급여로 처방되기도 한다. 1986년 프랑스 임상결과 103명의 이명 환자 중 절반이 은행잎추출물을 70일간 복용한 후 증상이 완화됐다. 2001년 영국에서 11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임상에서는 위약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잎추출물의 양산화를 이끈 독일의 경우 독일생약위원회가 1일 240㎎ 2회 복용하면 이명을 완화한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1999년 김기식 계명대 의대 내과 교수팀이 협심증 환자 33명을 대상으로 은행잎추출물이 내피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은행잎추출물 복용 전, 복용 후 2시간, 1개월째에 상완동맥의 혈관내경·혈류속도·혈류량 등을 종합평가한 내피세포 기능이 각각 평균 8.9%, 13.4%, 13.7% 수준이었다. 당뇨병을 동반한 하위그룹에서는 7.3%, 7.5%, 11.3% 수준이었다. 이는 동맥경화 위험인자인 당뇨병이 없을 경우 내피세포 기능 개선 효과가 더 큼을 의미한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 1명은 심한 구토로 약물 투여를 중단했다. 연구진은 내피세포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혈류 의존성 혈관확장능인 기저 상태 대비 과혈류일 때의 혈관내경 증가치의 비를 활용했다. 관동맥질환자에 은행잎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2시간내에 내피세포 기능을 호전시켰으며 1개월 후부터는 혈관확장 효과가 관찰됐다고 결론지었다. 동맥경화 위험인자인 당뇨병, 고중성지방혈증(200㎎/㎗ 이상), 고콜레스테롤혈증(200㎎/㎗ 이상), 고혈압을 동반한 하위그룹은 이들 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그룹보다 내피세포의 기능 호전 정도가 적었다.
이 연구에는 심장관동맥조영술로 적어도 1개 이상의 관동맥이 50% 이상 협착되고, 최소 1개월 이상 심근허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33명의 환자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