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자보란테’, 바이엘 ‘아벨록스’보다 COPD 급성악화 치료 2일 단축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항생제 신약인 동아ST의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인산염, tedizolid phosphate)와 동화약품의 ‘자보란테’(성분명 자보플록사신D-아스파르트산염수화물, zabofloxacin D-aspartate) 등이 해외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연구개발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벡스트로는 2세대 옥사졸리디논(oxazolidinone)계 항생제로 슈퍼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을 포함한 포도상구균·연쇄구균·장내구균 등 그람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연조직 감염(ABSSSIs, Acute Bacterial Skin and Skin Structure Infections) 치료를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1세대 옥사졸리디논 항생제인 화이자의 ‘자이복스’(성분명 리네졸리드, linezolid) 대비 투여 편의성과 부작용이 개선됐으며, 자이복스에 내성이 생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약에 내성이 생겨 강력한 항균제를 처리해도 죽지 않는 세균을 뜻한다.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노란색을 띠는 포도알 모양의 균으로 감염 시 피부·연조직감염, 패혈증, 폐렴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이다. 그람양성균은 세포벽이 하나의 두꺼운 펩티도글리칸(당·아미노산중합체, peptidoglycan)으로 구성된 세균으로 그람(Gram)염색법으로 시약을 가하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그람음성균은 세포벽이 얇은 펩티도글리칸 외에 바깥세포막(outer membrane)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람염색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세포벽 구조가 복잡해 항생제가 투과하기 어렵다. 감염될 경우 그람양성균보다 사망률이 2배가량 높다. 살모넬라균·이질균·티푸스균·콜레라균·수막염균 등이 대표적이다.
시벡스트로는 2007년 1월 동아ST가 전임상(동물실험)을 마치고 미국 트리어스테라퓨틱스에 기술수출한 약으로 동아ST는 이를 대가로 현지 임상 1~3상 진행 및 허가·발매 기술료를 포함해 총 1720만달러(약 190억원)를 받았다. 2014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5년 3월 유럽 의약품청(EMA)로부터 경구제 및 주사제를 각각 허가받았다.
2014년 8월 미국 머크(다른 나라에선 MSD라 불림)가 트리어스테라퓨틱스를 인수한 항생제 개발 전문 제약사인 큐비스트를 사들여 시벡스트로의 미국·캐나다·유럽 판매를 맡게 됐다. 중국·일본 등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다른 해외 지역은 독일 바이엘이 판권을 갖고 있다. 지난달 바이엘은 중국, 일본 허가를 위한 현지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동아ST는 이들 회사로부터 해외 매출액의 5~7%를 수수료(금액 미공개)로 받게 된다. 자이복스에 비해 적응증이 좁아 아직까지 이렇다할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머크가 폐렴 적응증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적잖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시벡스트로는 전임상 단계에 기술이전한 까닭에 해외 파트너사가 더 나은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에선 동아ST가 머크로부터 완제품을 수입해 공급할 계획이다.
자이복스는 그람양성균에 대한 슈퍼항생제로 2000년 4월 FDA 신속심사를 거쳐 시판을 승인받았다. 임상연구 결과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구균,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Vancomycin resistant enterococci) 등을 포함한 그람양성균 감염과 폐렴 등을 치료하는 효과가 기존 치료제에 비해 뛰어났다.
최초의 옥사졸리디논계 항생제로 세균의 단백질 합성과정 중 신장(伸張, elongation)을 억제하는 기존 베타락탐(β-lactam)계, 아미노글리코시드(aminoglycoside)계 항생제와 달리 그 직전 단계에 작용해 단백질 합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에 교차내성이 발생하지 않아 병용요법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자이복스는 2014년 연간 세계 매출액이 13억5200만달러(약 1조5030억원)에 달한 대형 품목이다. 2015년 5월(미국 기준)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 출시 등으로 실적이 하락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2억4000만달러(약 2675억원)를 기록했다.
시벡스트로는 자이복스와 각각 직접 비교한 글로벌 3상 임상연구 프로그램인 ‘ESTABLISH’에서 1일 1회 6일간 투여만으로 자이복스의 1일 2회 10일간 투여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나타냈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이들 약의 경구제 제형을 비교한 ‘ESTABLISH-1’ 임상연구는 급성 세균성 피부·연조직 감염(ABSSSIs) 환자 667명을 대상으로 1대 1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수행됐다. 시벡스트로 투여군(332명)의 48~72시간내 이른 임상적반응 도달률은 79.5%로 자이복스 투여군(335명)의 79.4%와 거의 같았다. 치료 11일째 지속적 임상반응 유지율은 69.3%로 자이복스 71.9%보다 2.6%p 낮았지만 연구자가 평가한 치료성공률은 85.5%로 자이복스의 86%와 유사했다. 시벡스트로 투여군은 자이복스 투여군보다 항생제의 흔한 부작용인 소화기계 증상이 적게 나타났다. 시벡스트로 대 자이복스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오심이 8.5% 대 13.4%, 구토 2.3% 대 6%, 두통 6.3% 대 5.1%, 설사 4.5% 대 5.4%로 확인됐다.
이들 약의 주사제 제형을 비교한 ‘ESTABLISH-2’ 임상연구는 ABSSSIs 환자 666명을 1대 1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수행됐다. 시벡스트로 투여군 총 332명의 48~72시간내 이른 임상적반응 도달률은 85%로 자이복스 투여군 총 334명의 83%보다 2%p 높았다. 시벡스트로 투여군 대 자이복스 투여군의 소화기계 부작용 발생률은 16% 대 20%, 치료를 중단한 환자 수는 1명 대 4명으로 시벡스트로 투여군이 내약성이 우수했다.
동화약품의 퀴놀론(quinolone)계 항생제인 자보란테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악화를 일으키는 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이 약은 5일간 복용으로 같은 계열의 대표 품목인 바이엘코리아의 ‘아벨록스’(성분명 목시플록사신, moxifloxacin) 7일 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낸다. 자보란테와 아벨록스는 1일 1회 1정 복용한다. 아벨록스는 주사 제형도 출시돼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 1월 중동 노보사이헬스케어와 총 379억원 규모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란, 이집트, 알제리 등 12개국에 자보란테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제 의약품 유통회사인 DKSH코리아가 자보란테의 판매를 맡고 있다.
10년 먼저 출시된 같은 계열 신약인 LG화학의 ‘팩티브’(성분명 제미플록사신, gemifloxacin)가 COPD 세균성 급성악화,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 금성신우염 및 요로감염 등에 처방되는 데 반해 자보란테의 적응증은 COPD 급성악화에 그치고 있다.
동화약품은 FDA로부터 지역사회획득성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상태다. COPD 급성악화 외에 요로감염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추진 중이다. 자보란테가 팩티브와 달리 순조롭게 시장에 자리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팩티브와 자보란테는 4세대 퀴놀론계 항생제로 용법과 효능이 거의 같다. 팩티브는 2003년 4월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첫 번째 국산신약으로 1일 1회 1정을 5일간 복용한다. 아벨록스 역시 기존보다 그람양성균 및 혐기균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강화된 4세대 퀴놀론계 항생제에 속한다.
팩티브는 세계 연매출 4억달러(약 4453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약 150억원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기술경쟁력은 갖췄지만 공동개발한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제휴 계약을 해지한 이후 현지 마케팅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팩티브의 총 연구개발비는 총 4200억원으로 GSK가 3600억원, LG가 6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연목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의 임상연구 결과 자보란테 5일 투여군과 아벨록스 7일 투여군의 치료 후 임상적반응률은 77%(ITT분석 값, intention-to-treat, 연구절차에 순응하지 않은 환자 등 모든 피험자를 통계처리에 포함)로 같았다.
자보란테는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 Streptococcus pneumonia) 증식을 90% 이상 저지하는 최소농도(MIC90, minimal inhibitory concentration 90)가 0.125㎍/㎖로 아벨록스 1㎍/㎖보다 낮았다. 페니실린 감수성 폐렴구균(PSSP, Penicillin susceptible S. pneumoniae) 및 페니실린 내성 폐렴구균(PRSP, Penicillin resistant S. pneumoniae)에 대한 자보란테의 MIC90 값은 0.03㎍/㎖으로 기존 퀴놀론계 항생제인 LG화학의 ‘팩티브’(성분명 제미플록사신, gemifloxacin)와 같았고, 아벨록스 0.25㎍/㎖보다 낮았다.
자보란테는 발생률이 1% 이상인 흔한 이상반응으로 설사(2.29%), 구역(1.71%), 어지럼증(1.71%), 가스불편함(1.14%) 등이 보고됐다.
연구결과는 2015년 10월 세계 의학저널인 ‘국제만성폐쇄성폐질환(COPD)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에 게재됐다.
한편 노경철 SK증권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빅파마가 다시 뛰어드는 항생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항생제 시장은 2015년 약 416억달러(46조2800억 원)에서 2024년까지 연평균 약 7.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3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과다사용 탓에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증가하고, 기존 항생제에 듣지 않는 새로운 내성균 출현이 빨라지고 있는 게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병원 내 슈퍼박테리아 감염 신고 건수가 8만3330건으로 2011년 2만2928건 대비 3.6배 급증했다. 그람음성균에 대한 슈퍼항생제로 FDA 허가를 받은 약은 총 2개로 머크의 ‘제르박사’(성분명 세프토로잔·타조박탐, ceftolozane·tazobactam, 2014년 승인)와 앨러간의 ‘아비카즈’(성분명 세프타지딤·아비박탐, ceftazidime·avibactam, 2015년 승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