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 솟은 알통은 남자들의 로망이다. 헬스장 또는 가정에서 틈만나면 바벨이나 아령을 들며 알통 만들기에 열중한다. 간혹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알통이 불쑥 솟아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동기가 부여돼 전보다 운동량을 더 늘리고 이두근 단련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알통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팔뚝이 굵어졌다고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평소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팔에 지나친 부담을 주면 상완이두근 힘줄이 파열되면서 위로 튀어나와 알통처럼 보일 수 있다. 그걸 모르고 신나서 운동량을 늘렸다간 팔과 어깨 등 상지 전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통의 정식 명칭은 상완이두근으로 보통 이두박근으로 알려져 있다. 쇄골 아래쪽에 있는 어깨뼈 안쪽과 어깨뼈 바깥쪽에서 시작하는 두 개의 근육이 합쳐진 형태를 이룬다. 팔을 들어 올리거나 안쪽과 바깥쪽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며, 팔을 안쪽으로 구부리며 힘을 주면 하나로 합쳐져 위로 솟아난다.
상완이두근 윗 부분의 힘줄은 두 개로 갈라져 어깨관절에 붙어 있다. 이 중 긴 힘줄인 장두건이 과도한 운동이나 팔동작으로 찢어져 팔꿈치 쪽으로 말려 내려가 겉으로 볼 때 알통처럼 보이는 것을 상완이두근파열이라고 한다. 병변이 뽀빠이의 알통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뽀빠이증후군’으로도 부른다. 김동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상완이두근이 파열되면 뽀빠이의 괴력은커녕 근력이 급격히 약해져 물건을 들거나 밀고 던지는 게 힘들고 통증이 나타난다”며 “심하면 통증 부위가 부어올라 팔을 들어올리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회전근개파열만큼 흔한 부상은 아니지만 스포츠활동을 즐기는 젊은 연령층이나 신체활동이 많은 중장년층에서 종종 발생한다. 힘줄이 완전히 파열되는 사례는 흔치 않고 부분파열과 염증이 동반되고 힘줄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면서 주로 어깨 앞쪽에 통증이 느껴진다. 팔꿈치를 편 상태로 팔을 앞쪽으로 쭉 뻗고 손바닥을 하늘을 향한 상태로 들어올릴 때 아프다면 상완이두근 파열을 의심해볼 수 있다.
원인은 무리한 운동이다. 주로 팔꿈치를 굽혀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팔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할 때 발생한다. 특히 여름에 대비해 육체미를 과시하려고 헬스장에서 장시간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부상당하는 젊은층이 많다. 김 교수는 “처음엔 팔을 움직일 때 별다른 이상이 없고 통증이 심하지 않아 뒤늦게 병원을 찾기 쉽다”며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운동 같은 직접적인 활동 없이도 퇴행에 의한 장두건 약화 및 파열이 나타나 치료가 더 늦어지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상완이두근파열을 방치하면 어깨관절 및 힘줄 손상으로 이어진다. 장두건은 관절와순이라는 어깨연골에 붙어있는데 외부충격으로 떨어져 나갈 경우 관절와순까지 손상돼 회전근개파열을 초래할 수 있다.
통증과 함께 팔에 말랑말랑하고 볼록한 알통이 생겼다면 초기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힘줄과 인대 상황을 파악한 뒤 관절내 파열 부위를 정확하 진단하기 위해 자기공명관절조영술(MRA)을 실시한다. 통증 부위의 사용을 줄여 안정을 취하고 부목으로 2주 정도 고정한 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땐 주사치료가 필요하다. 회전근개파열 등 다른 인대 및 힘줄 손상이 동반되거나 통증이 지속될 땐 관절내시경치료 등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알통을 만들기 위해 근력운동을 할 땐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이두근 단련엔 보통 아령과 바벨을 사용하며, 초보자의 경우 긴 바를 양손으로 잡고 하는 바벨컬이 자세를 잡고 부상 위험을 막는 데 유리하다.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여 고정한 상태에서 바벨을 턱밑까지 그대로 들어 올린다. 바를 내릴 땐 천천히 내리고 팔꿈치가 완전히 펴지기 직전에 다시 바벨을 들어올리면 운동효과를 높일 수 있다. 바벨을 잡은 간격을 조정하거나, 손바닥 방향을 바꿔주면 전완 근육이 폭넓게 단련된다.
너무 무거운 기구를 사용하면 부적절한 동작으로 운동하게 돼 효과가 반감되고 부상 위험만 높아진다. 운동 부위에 과도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은 기구 중량을 줄이라는 신호다. 김 교수는 “무조건 운동기구를 고집하기보다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의 80~90% 정도를 택하고 횟수를 늘리는 게 부상을 예방하면서 근육을 단련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특정 부위 근육에만 집착하는 것도 부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상당수가 알통이 커져야 팔이 굵어진다는 생각에 삼두근 운동은 배제하고 이두근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팔의 3분의 2 이상을 삼두근이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두근만 단련해서는 팔이 커지지 않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팔 뒤쪽에 처진 살을 없애려면 삼두를 집중적으로 발달시켜야 한다.
상완삼두근은 상완의 뒤쪽 외측두, 장두, 내측두(단두) 등 세 개의 근육으로 이뤄지며 팔을 굽히고 펴는 동작에 관여한다. 대표적인 삼두단련법으로는 킥백과 푸쉬업이 있다. 킥백은 손목이나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고 팔뚝살을 없애고 삼두근을 단련하는 데 도움된다. 덤벨을 쥐고 허리를 편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인 뒤 팔을 90도 각도로 굽힌다. 몸 뒤쪽으로 덤벨을 쥔 팔을 천천히 일자로 펴 준다. 운동축이 되는 팔꿈치는 몸통보다 약간 위로 위치시킨다.
푸쉬업은 팔꿈치를 최대한 몸에 밀착시키고 팔꿈치의 굽은 방향이 몸 뒤를 향하도록 한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운동 전 몸이 예열되면 운동 효과가 극대화되고, 운동 후 통증 감소에 도움된다. 운동 중 난 땀에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운동용 장갑을 끼고, 허리나 각종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리프팅 벨트나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휴식도 필요하다. 근력운동 후 근섬유가 손상되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근육세포가 크고 단단해진다. 즉 근육이 쉬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빠른 효과를 기대해 특정 부위만 자극하는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컨대 오늘 이두근 단련을 위한 팔운동을 했다면 적어도 48시간 이내엔 이두근 관련 운동은 삼가야 한다. 그래야 손상됐던 근육이 회복되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