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관 부작용 위험군서 비선택적 NSAIDs·PPI 병용투여할 필요성 줄어들듯
차세대 COX-2억제제 ‘아셀렉스’, 경쟁약 부상 … 최저용량으로 동등한 효과
지난달 한국화이자제약이 COX(사이클로옥시저나제)-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인 ‘쎄레브렉스’(성분명 세레콕시브, celecoxib)의 장기간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한 ‘PRECESION’ 임상연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존 비선택적 NSAIDs와 양성자펌프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를 병용 처방하는 관행을 대체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각종 통증에 NSAIDs를 투여할 경우 위염 위궤양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이를 완화해주는 PPI를 병용 처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상현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RA) 및 골관절염(OA) 환자의 약 90%가 위장관계 위험인자를 갖고 있음에도 COX-2억제제를 사용하는 비율은 각각 54.3%, 44.2%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환자는 기존 비선택적 NSAIDs를 단독투여하거나 이 약에 위장관 보호 목적으로 PPI제제인 에소메프라졸(esomeprazole, 대표약품명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 등을 병용투여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2월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소개됐다.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는 사이클로옥시저나제 효소를 억제해 불포화지방산 아라키돈산이 염증매개물질인 프로스타클란딘, 프로스타사이클린, 트롬복산 등으로 변환되는 것을 막는다. 후자의 세 물질은 각각 평활근(smooth muscle), 내피세포, 혈소판 등에 분포해 염증을 유발한다. NSAIDs는 스테로이드제보다 항염증 작용이 강하지는 않지만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비교적 적어 이 가운데 나프록센(naproxen, 대표약품명 녹십자의 ‘탁센’), 이부프로펜(ibuprofen, 대표약품명 삼일제약의 ‘부루펜’) 성분 등이 일반의약품으로 흔히 쓰인다.
사이클로옥시저나제는 1형인 COX-1과 2형인 COX-2로 나뉜다. COX-1은 정상적인 조직 대부분에서 만들어지며 위장점막 보호, 혈소판 응집, 신장기능 유지 등에 관여해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반면 COX-2는 유해한 자극이 있을 때 빠르게 생성되며 국소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쎄레브렉스는 통증·염증을 유발하는 효소인 COX-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로 1998년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았으며, 2000년 5월 국내에 도입됐다.
COX-2억제제(성분명이 콕시브(-coxib)로 끝남)는 COX-1과 COX-2 효소 작용을 모두 차단하는 기존 비선택적 NSAIDs인 나프록센, 이부프로펜과 염증 억제 및 진통 효능은 동등하면서 위장관계 합병증 발생위험이 낮은 게 장점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장기 복용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과 함께 위염·위궤양 등을 초래하는 양대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COX-2억제제가 NSAIDs 부작용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쎄레브렉스 이후 출시된 COX-2억제제인 미국 머크(다른 나라선 MSD)의 ‘바이옥스’(성분명 로페콕시브, rofecoxib)에 이어 화이자의 ‘벡스트라’(성분명 발데콕시브, valdecoxib)가 심혈관질환 부작용 증가를 이유로 세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같은 계열에 속하는 약물의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바이옥스는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심혈관계질환 부작용이 발생해 2004년 전세계 시장에서 판매가 금지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벡스트라에 대해서도 심혈관계 안전성 관련 장기간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고,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받은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 사건 위험이 증가했다고 평가하고 화이자에 자진 시장 철수를 권유했다. 이듬해 화이자는 미국·영국에서 출시된 벡스트라의 판매를 중지했다.
PRECESION은 10여년간 쎄레브렉스 등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의 안전성을 전향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다. 연구진은 심혈관계질환 진단을 받았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골관절염 및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총 2만4081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COX-2억제제인 쎄레브렉스, 비선택적 NSAIDs인 나프록센 및 이부프로펜을 각각 투여했다.
나프록센은 영국 CNT(COX-2억제제 및 기존 비선턱적 NSAIDs 임상시험가, Coxib and traditional NSAID Trialist) 연구팀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관련 639건의 임상논문 자료를 메타분석(통계처리)한 결과를 계기로 심혈관계사건이 발생위험이 가장 낮은 약으로 자리잡았다. 연구결과는 2013년 5월 국제 의학저널인 ‘란셋(Lancet)’에 게재됐지만 FDA는 나프록센 제품의 허가사항에 이같은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PRECISION 연구결과 쎄레브렉스는 심혈관계 사망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2.3%로 나프록센 2.5%, 이부프로펜 2.7% 대비 비열등이 입증돼 연구의 1차 평가항목을 충족했다.
2차 평가항목으로 세 그룹의 주요 심혈위장관계 사건 첫 발생 및 위장관계 사건 발생위험을 확인한 결과 쎄레브렉스는 나프록센, 이부프로펜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위장관계 사건 발생위험은 나프록센보다 29%, 이부프로펜보다 35% 낮았다. 3차 평가항목인 신장 사건 발생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쎄레브렉스가 이부프로펜에 비해 신장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39% 낮게 나타났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COX-2억제제는 총 3종으로 쎄레브렉스를 비롯해 한국MSD의 ‘알콕시아’(에토리콕시브, etoricoxib), 국산신약인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폴마콕시브, polmacoxib) 등이다. 이들 두 약은 2015년 1월 및 같은 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골관절염 환자의 하루 표준 투여용량은 쎄레브렉스 200㎎, 알콕시아 30㎎, 아셀렉스 2㎎ 각 1정이다. 쎄레브렉스는 용량을 최대 400㎎까지 늘릴 수 있다.
알콕시아는 2002년 멕시코에서 처음 발매된 이후 현재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90개국 이상에서 허가받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 FDA가 위장관계 안전성은 기존 비선택적 NSAIDs보다 뛰어났지만 심혈관계 위험이 바이옥스와 비슷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승인이 거부됐다.
국내 골관절염 환자 1207명을 대상으로 쎄레브렉스와 직접 비교한 임상연구 결과 알콕시아 투여군의 골관절염통증지수(WOMUOI, 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Arthritis Index, 관절의 통증·경직도·기능제한을 종합평가한 것으로 0~96점으로 환산, 점수가 높을수록 악화된 상태 의미)는 기저치 대비 21.4점 감소해 쎄레브렉스 투여군의 19.76점과 비슷했다.
알콕시아는 골관절염 또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총 3만4701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진행된 해외 임상연구 ‘MEDAL’ 결과 기존 비선택적 NSAIDs인 디클로페낙보다 천공·출혈·궤양 등 상부 위장관계질환 위험은 낮고, 혈전성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비슷했다.
알콕시아 투여군의 연간 혈전성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연간 100명 중 1.24명으로 디클로페낙 투여군의 1.3명과 유사했다. 상부 위장관계 발생률은 연간 100명 중 0.67명으로 디클로페낙의 0.97명보다 낮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는 심혈관보다 관절의 염증 부위에 있는 COX-2 효소에 강하게 작용하는 차세대 COX-2 억제제로 불린다. 식약처 허가 당시 제조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국내 연구개발 전문기업의 첫 신약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동아ST가 판매하고 있다.
생체외(in vitro)실험 결과 COX-2 효소 외에 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 CA)에도 결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산탈수효소는 적혈구세포 등 심혈관계에 많이 분포하고 관절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에 심혈관계 부위에서는 탄산탈수효소에 주로 작용해 COX-2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중 1일 최저용량인 2㎎ 1정으로 기존 약제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나타낸다.
아셀렉스는 국내 골관절염 환자 총 356명을 대상으로 6주간 진행된 임상연구에서 쎄레브렉스 대비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치료 3주째 일부 평가항목 결과는 더 뛰어났다.
연구진은 아셀렉스(140명), 쎄레브렉스(145명), 위약(71명) 투여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눠 6주간 치료한 후 원하는 환자에 한해 18주간 아셀렉스의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했다.
치료 3주째에 의사의 전반적 평가(Physician’s Global Assessment, PGA) 기준 증상이 개선된 환자 비율은 각각 71.9%, 54.5%, 46.5%로 아셀렉스 투여군이 가장 높았다. 골관절염 통증지수(WOMAC index)는 기저치 대비 13.7점, 10.7점, 5.7점 감소했다. 다만 아셀렉스가 최근 국내에만 출시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이 약의 장기간 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들 세 COX-2 선택적 억제제의 건강보험 지원 범위는 먼저 출시된 쎄레브렉스가 알콕시아나 아셀렉스에 비해 넓다. 쎄레브렉스는 60세 이상 골관절염·류마티스관절염·강직척추염 등에, 알콕시아 및 아셀렉스는 60세 이상 골관절염에 급여가 적용된다. 쎄레브렉스 200㎎의 정당 급여가는 518원, 알콕시아 30㎎은 620원, 아셀렉스 2㎎은 879원이다.
쎄레브렉스는 지난해 6월 특허만료 후 1년이 지나 약가가 제네릭 또는 비선택적 NSAIDs·위장보호제를 병용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알콕시아 및 아셀렉스 두 약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춰 이번 PRECESION 연구결과 발표를 계기로 처방량 증가가 기대된다.
김담·성윤경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이 지난해 12월 ‘대한내과학회지’에 게재한 ‘새로운 COX-2억제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영국 CNT 연구팀이 메타분석한 결과 COX-2억제제는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 위약 대비 약 1.8배 높지만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기존 비선택적 NSAIDs가 4배가량 증가하는 것에 비해 낮다.
김담·성윤경 교수팀은 “2011년 피터 쥬니(Peter Juni) 스위스 베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이 메타분석한 임상연구 결과 등을 참고하면 심혈관계 부작용은 COX-2억제제뿐만 아니라 기존 비선택적 NASIDs 포함 전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관통하는 문제”라며 “국내에 승인된 COX-2억제제의 투여량이 고용량이 아니어서 기존 비선택적 NSAIDs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심혈관계 사건 위험은 고용량을 투여하거나 장기간 사용할 때 증가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자료도 부족하므로 무조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피터 쥬니 교수 등 스위스 의료진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관련 31건의 임상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비선택적 NSAIDs와 COX-2억제제는 공통적으로 혈전성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약제별 1대 1 매칭 비교에서 쎄레브렉스는 나프록센에 비해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높았지만 디클로페낙에 비해서는 낮았다. 알콕시아는 심혈관계 사건 발생위험이 디클로페낙과 유사했지만 나프록센 및 쎄레브렉스보다 높았다. 연구결과는 2011년 1월 ‘영국의학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렸다.
쎄레브렉스의 지난해 매출은 원외처방액 조사기관 유니스트 기준 376억6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아셀렉스의 지난해 매출은 41억3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977.9% 증가했다. 알콕시아는 885.4% 오른 30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제네릭인 종근당의 ‘콕스비토’ 등, 기존 비선택적 NASIDs에 위장관 보호를 목적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를 결합한 한미약품의 ‘낙소졸’(비모보의 개량신약) 및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비모보’(성분명 나프록센·에소메프라졸, naproxen·esomeprazole), 국내 천연물신약 등이 골고루 성장하면서 쎄레브렉스 시장이 좁아졌다.
천연물신약으로는 SK케미칼의 ‘조인스’(성분명 위령선·괄루근·하고초30%에탄올엑), 피엠지제약의 ‘레일라’(성분명 당귀·모과·방풍·속단·오가피·우슬·위령선·육계·진교·천궁·천마·홍화25%에탄올연조엑스), 녹십자의 ‘신바로’(성분명 자오가·우슬·방풍·두충·구척·흑두건조엑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