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 지나 봄 문턱에 한 걸음 다가서면서 산책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평소 무릎통증으로 고생했던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조금만 걸어도 증상이 나타나 가벼운 봄나들이도 쉽지 않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말기로 악화되면 다리가 퉁퉁 붓고 무릎통증이 심해져 걷는 것은 물론 가벼운 일상생활도 어려워진다.
퇴행성관절염은 노화와 반복적인 관절 사용으로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조직이 닳아 없어져 발생한다. 뼈와 뼈가 맞닿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겨 관절이 파괴된다. 관절염이 발생한 부위에만 통증이 느껴진다.
초기에는 관절을 움직일 때에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움직임에 관계없이 통증이 지속된다. 대부분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노인성질환으로 여기기 쉬운데 야외활동 증가, 익스트림 스포츠 인기,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과 증상이 비슷해 착각하기 쉽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연령·성별과 상관없이 발병하고 39도 이상 고열이 수 주~수 개월간 지속되면서 심낭염, 늑막염, 패혈증 등 전신적인 증상이 동반되는 게 퇴행성관절염과의 차이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결과 지난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380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30만여명 증가했다. 이는 2009년 112만명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남성보다 50대 이상 폐경기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면 연골 약화 및 골밀도가 낮아져 관절염 등에 취약해지기 쉽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 탓에 통증을 참고 방치하다간 관절 손상 정도가 심해져 치료가 더 어려워지고, 가벼운 운동마저 제한돼 각종 대사성질환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도입돼 단계별 맞춤치료로 통증을 개선하고 환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증상이 가장 심각한 퇴행성관절염 말기엔 3D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공관절수술’로 건강한 무릎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치료법은 환자 무릎의 자기공명영상(MR) 및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자료를 3D시뮬레이션해 미리 가상수술을 실시함으로써 인공관절의 정확한 위치를 정하고 무릎에 맞는 수술도구를 설계한다. 이어 3D프린터 수술도구를 출력해 실제 수술에 적용함으로써 정확도가 높다.
권오룡 강남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노화 등으로 관절이 심하게 손상되면 안정을 취하고 보존적 치료를 지속적으로 실시해도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는다”며 “다리가 O자형으로 변형되고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은 환자 상태와 조건에 적합한 수술도구와 관절을 사용해 무릎기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도가 중요한 이유는 새 관절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절을 환자의 고관절·무릎,·발목 중앙으로 이어지는 하지정렬에 맞도록 삽입하면 마모나 손상이 줄고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다.
수술 시 하지정렬을 맞추는 과정이 줄어 수술시간이 줄고 다른 조직이나 근육을 건드릴 위험도 없어 감염, 혈전증 색전증 등의 위험이 덜하다.
이 병원 인공관절연구센터는 국내 최초로 자체 맞춤형 수술도구(Patient Specific Instrument, PSI) 및 설계기술을 개발해 두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권 원장은 “이 치료법은 첨단 기술력과 의료진의 풍부한 임상경험이 뒷받침돼야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인공관절연구센터가 2015년 11월 해외학술지 ‘국제생명의학연구(BioMed Research International)’에 게재한 연구에서 하지정렬 정확도 향상 및 수술시간 단축 측면에서 효과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