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스케어의 천식·알레르기비염 치료제 ‘루키오’(성분명 몬테루카스트나트륨, montelukast sodium)가 출시 4개월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인 한국MSD ‘싱귤레어’의 제네릭 시장 1위 자리를 꿰찼다. 이 회사는 기존 위임형제네릭(쌍둥이약)인 ‘루케어’ 영업·마케팅으로 의료진 사이에 신뢰도를 다졌고 천식·알레르기비염 외에 소아 수면무호흡증 분야를 집중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5일 출시된 루키오는 12월 월매출 기준 6억원으로 싱귤레어 제네릭 중 가장 많이 팔렸다. 기존 위임형제네릭(쌍둥이약)인 ‘루케어’ 처방 감소분보다 신제품 루키오 증가분이 커 루케어에서 루키오로 약제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CJ헬스케어는 올해 루키오 매출 목표를 11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몬테루카스트 제제의 시장 규모는 원외처방액 조사업체 유비스트 기준 약 810억원이다. 루키오 실적에 루케어의 재고 판매액인 98억원을 더하면 지난해 매출은 120억원에 달했다. 2015년에 이어 루케어 및 루키오를 뒤쫓는 한미약품 ‘몬테잘’(53억원)과는 배 이상 차이를 유지했다. CJ헬스케어는 이 제제 시장의 37%(300억원)를 차지하는 오리지널 싱귤레어를 루키오의 주요 경쟁약으로 꼽고 있다.
CJ헬스케어는 한국MSD와 싱귤레어의 위임형제네릭인 루케어 판매 재계약이 만료된 후 지난해 8월 독립한다는 의미를 담아 광복절에 루케어와 동일한 성분 및 구성으로 자체 제품 ‘루키오정10㎎’(알약), ‘루키오츄정4·5㎎’(씹어먹는 형태), ‘루키오세립4㎎’(가루약)을 발매했다.
루케어는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CJ헬스케어가 영업·마케팅을 담당해 싱귤레어에 버금가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몬테루카스트 제제의 2015년 국내시장 규모는 약 770억원으로 루케어는 2014년 135억원, 2015년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68개(2016년말 기준) 싱귤레어 제네릭 제품 중 선두를 고수했다.
위임형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가 선정한 제네릭 업체의 상품명으로 발매되는 쌍둥이약으로 오리지널과 같은 공장에서 동일한 원료로 만들어진다. 의약품 특허기간 만료 전에 출시가 가능해 오리지널 제조사의 대응책으로 주로 활용된다. 위임형 제네릭 출시로 다른 제네릭 업체의 경쟁 참여 동기를 낮추고 위임형제네릭 판매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의료진에 따르면 몬테루카스트는 천식 및 알레르기비염 치료에 쓰이는 경구제인 류코트리엔수용체 길항제(LTRA, leukotrien receptor antagonist) 중에서도 부작용이 적어 6개월 이상 영유아 및 소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병용투여가 수월한 게 장점이다. 1일 1회 1정 또는 1포를 복용한다. 천식 환자에서는 흡입기로 투여하는 ICS(흡입성 스테로이드항염제, inhaled corticosteroids)제제 또는 LABA(지속성 베타2작용제 long-acting β2-agonist)제제 등 다른 치료제보다 투여가 간편해 복약순응도가 높다. ICS제제의 대표 성분으로는 플루티카손(fluticasone)이, LABA제제로는 살메테롤(salmeterol) 등이 흔히 처방된다.
류코트리엔수용체 길항제는 면역물질 류코트리엔 생성을 저해해 천식 및 알레르기비염을 일으키는 염증반응을 억제한다. 몬테루카스트, 프란루카스트(pranlukast, 대표약품명 동아ST의 ‘오논’), 자필루카스트(zafirlukast, 대표약품명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아콜레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은 기도평활근 등 호흡기에 많이 분포하는 제1형 시스테이닐 류코트리엔(cysteinyl leukotrienes)수용체에 작용한다. 류코트리엔은 비만세포, 호산구, 호중구 등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며 기도평활근 수축, 기도점액 분비, 염증세포 집결 등의 기능을 한다.
몬테루카스트과 같은 류코트리엔수용체 길항제는 ICS나 비강분무 스테로이드제처럼 즉각적이고 강하게 증상을 억제하지는 못한다. 급성발작을 예방하고 증상조절 효과를 향상시켜 지속요법으로 추가된다. 스테로이드와 병용할 경우 중등증 및 중증 천식 또는 알레르기비염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일 수 있다. 경증 환자에서는 단독요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 환자에 효과적이다.
CJ헬스케어는 몬테루카스트 제제의 대표적 적응증인 천식 및 알레르기비염 외에 의사들 대상으로 루키오의 소아 수면무호흡증 치료효과를 설명하는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적용 범위를 넓혀 오리지널 싱귤레어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 회사 측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에는 아데노이드나 편도가 비대한 경우가 많은데 면역물질 류코트리엔 작용을 차단하면 아데노이드 및 편도가 붓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즉 절제술을 받지 않고 약물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이세민 CJ헬스케어 루키오 PM은 “판권이 회수돼도 6개월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의료진들이 오는 8월까지 루케어를 처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CJ에 대한 신뢰도와 그동안 쌓아온 영업력 덕분에 약제 전환이 수월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