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의 단골 질병으로 알려진 폐암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결과 남성 폐암 환자는 2010년 3만8168명에서 2016년 5만1845명으로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환자는 1만6806명에서 2만7884명으로 66% 늘어 남성보다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폐암 환자 7만9729명 중 35%가 여성이었다. 특히 2014년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의 87.8%는 흡연 경력이 전혀 없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폐암 원인은 주방에서 발생하는 연기,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이 지목된다. 중국에서 실시된 역학조사에서 비흡연자 중 요리를 자주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폐암 발생률이 3.4~8배 높았다. 덴마크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18%,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경우 22%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이밖에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은 담배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담배연기를 그대로 흡입하므로 발암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폐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남성 흡연자는 비소세포성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 위험이 높고, 젊은 비흡연 여성에선 선암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갱년기 때 여성호르몬제인 프로제스틴과 에스트로겐 등을 복용하는 여성호르몬대체요법이 폐암 발생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나타낸 연구도 있어 폐암 진단 여성은 여성호르몬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비흡연 여성은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집에서 생선이나 고기 등을 굽거나 볶을 땐 뚜껑을 덮는 게 바람직하다. 환풍기 작동을 습관화하고 틈틈이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객혈, 호흡곤란, 흉통 등이 나타날 땐 이미 초기 폐암이 아니라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며 “자칫 수술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비흡연 여성도 45세 이상이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폐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결과 여성에서 발생한 폐암은 초기부터 말기까지 모든 병기에서 남성보다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기진단 시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