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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신경 괴사되는 구획증후군, 노인보다 청소년 더 위험한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2-20 07:11:20
  • 수정 2020-09-13 16: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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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은 부피 커 괴사로 부종 생기면 순환장애 발생 … 전체 환자 69% 골절이 원인
최근 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받은 배우 문근영 씨
지난 7일 배우 문근영 씨가 오른쪽 팔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구획증후군’ 진단을 받고 세 차례나 응급수술을 받았다. 통증이 심한 데다 입원치료가 필요해 예정됐던 공연도 불가피하게 취소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구획증후군(Compartment syndrome)은 팔과 다리 근육 안에서 압력이 과도하게 증가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근육 및 신경조직이 4~8시간 내에 괴사돼 여러 기능장애가 발생한다.

근육은 근막으로 둘러싸인 여러 개 구획으로 이뤄져 있다. 보통 격렬한 운동을 하면 구획 내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근육 부피가 20% 정도까지 팽창한다. 골절 같은 외상을 입어 근막내 근육출혈이 생기거나 감염 등으로 고름이 차면 근육 부피가 필요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근육 겉을 둘러싼 근막은 충분히 팽창하지 않아 신경과 근육이 눌리고 혈액순환이 차단돼 통증과 괴사가 동반된다.

서승우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초기 증상은 핀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저릿저릿한 감각이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 발생하고 맥박이 감소하며 사지에 마비 증상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발이 차고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한다”며 “근육구획 수가 많은 팔꿈치 아래 부위가 팔꿈치 위쪽보다, 무릎 아래 정강이 부분이 허벅지 부분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구획증후군은 1881년 독일의 한 외과의사가 외상 치료에 사용한 꽉 끼는 붕대나 석고로 근육과 신경이 괴사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관심받기 시작했다. 대한골절학회가 2013년 발표한 통계결과 전체 환자의 69%가 정강이뼈(경골) 골절이 원인이었다. 이밖에 혈우병으로 관절·근육 등 심부조직 안에서 반복적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관수술 이후 절개 부위가 제대로 봉합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키수술로 불리는 하지연장술이나 무지외반증에 대한 절골술 등 정형외과 분야 수술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술 후 발등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발가락을 윗방향으로 굽히기 어려우면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하반신 부기가 있는 상태에서 압박붕대나 석고깁스를 장기간 착용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좌상으로 모세혈관에 장애가 생기면 부종이 생기고 상처 부위 근육조직이 괴사될 수 있다. 좌상은 타박·충돌·추락 등 둔하고 무거운 충격으로 초래되는 피하조직 및 근육부의 상처를 의미한다. 피부 표면은 손상이 적어 눈에 보이는 출혈은 없지만 내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노인보다 젊은 청소년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높다. 서 교수는 “젊을수록 근육 부피가 커 근막 내 여유공간이 적다”며 “즉 근육이 손상된 뒤 부어오를 때 혈액이 순환할 공간이 적어 근육과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높은 반면 반면 고령자는 근육 부피가 작아 근육이 붓더라도 여유공간이 넓어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여성이 즐겨 입는 스키니진은 다리를 쥐어짜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영국 랭커셔에 사는 제인 라이런스라는 여성은 친구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춤을 추다 다리 쪽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갑자기 쓰러졌다. 곧 의식을 찾았지만 다리가 계속 아프고 부풀어오르자 병원을 찾았고 구획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한 시간만 늦었어도 다리를 절단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다리 절단은 면했지만 넓적다리 피부이식을 포함해 모두 네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구획증후군은 발병률이 높지 않고 아직 생소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원인이 다양한 데다 증상이 골절, 하지정맥류, 동맥손상, 신경좌상, 봉와직염 등과 헷갈려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하지만 6~12시간 내 치료하지 않으면 근육과 신경조직이 섬유조직으로 대체되면서 사지기능이 상실되는 ‘볼크만 허혈성 구축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조직괴사 위험은 근육덩어리 구획내 압력을 측정해보면 알 수 있다. 압력이 30㎜Hg를 웃돌고 근전도 및 조직검사 결과 근육괴사나 섬유화 현상이 보이면 급성구획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임박형과 만성형으로 구분된다. 임박형은 부종으로 근막 내 압력이 높아졌지만 아직 조직괴사 단계까지 발전하지 않은 상태다. 조직괴사가 시작되면 임박형이라 하지 않고 확정형으로 진단된다. 만성형은 급성에 가까운 임박형과 확정형이 일단 소멸됐다가 재발한 상태다.

만성일 경우 일정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통증이 없어 상관없지만 드레싱이나 부목 등을 제거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근육조직 괴사를 방지하기 위해 근막절개술을 시행한다. 이 치료법은 팔·다리 어느 부위든 손상된 근육을 절제해 급격하게 상승 중인 근막 내 압력을 낮춰준다. 근막절개 후 48시간 안에 구획 압력이 다시 올라갈 수 있으므로 즉시 봉합하지는 않는다. 문근영 씨가 세 차례 수술받은 것처럼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괴사조직제거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가 늦어 구획증후군의 진행이 계속되면 근육은 물론 신경조직까지 괴사돼 사지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 서 교수는 “증상 발현 후 6시간이 넘으면 근육, 12시간 이상 방치되면 신경에 돌이킬 수 없는 변형을 초래하므로 조기에 진단받아 근막절개술 등으로 모세혈관을 재순환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하반신 골절 환자 중 특히 젊은 남성은 구획증후군 관련 검사를 미리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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