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제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쎄레브렉스’(성분명 세레콕시브, celecoxib)가 ‘PRECESION’ 임상연구에서 심혈관질환 환자 및 위험군 대상으로 10여년간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15일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PRECESION 연구의 2·3차 평가항목 및 하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쎄레브렉스는 통증·염증을 유발하는 효소인 COX-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NSAIDs로 나프록센(naproxen)·이부프로펜(ibuprofen) 등 COX-1과 COX-2를 같이 억제하는 비선택적 NSAIDs보다 위장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은 게 장점이다. COX-1 효소는 위산으로부터 위 점막을 보호하고 혈소판을 응집한다.
하지만 2004년 미국 머크의 COX-2억제제인 ‘바이옥스’(성분명 로페콕시브, rofecoxib)가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심혈관계 질환 부작용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같은 계열의 약물의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PRECESION은 10여년간 쎄레브렉스 등 NSAIDs의 안전성을 전향적으로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옥스 부작용 논란 이후 화이자에 연구 수행을 요청하면서 기획됐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심혈관계, 위장관계, 류마티스 질환 전문의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로부터 지도를 받은 독립된 기관이 진행했다.
연구진은 심혈관계 질환 진단을 받았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골관절염(OA) 및 류마티스관절염(RA) 환자 총 2만4081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COX-2억제제인 쎄레브렉스, 나프록센, 이부프로펜을 각각 투여했다.
쎄레브렉스는 심혈관계 사망(출혈성 사망 포함)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이 2.3%로 나프록센 2.5%, 이부프로펜 2.7% 대비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연구의 1차 평가항목을 충족한 이 결과는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됐다.
2차 평가항목으로 세 그룹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 첫 발생 및 위장관계 사건 발생위험을 확인한 결과 쎄레브렉스는 나프록센, 이부프로펜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위장관계 사건 발생위험은 쎄레브렉스가 나프록센보다 29%, 이부프로펜보다 35% 낮았다.
3차 평가항목으로 신장 사건 발생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확인한 결과 쎄레브렉스는 이부프로펜에 비해 신장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39% 낮게 나타났다.
골관절염 환자 하위그룹(총 2만1645명)을 분석한 결과 쎄레브렉스는 이부프로펜보다 사건별 발생위험이 주요 심혈관계 사건의 경우 16%, 위장관계 사건은 32%, 신장 사건은 42% 각각 낮았다. 나프록센과 비교하면 위장관계 사건 발생위험이 27% 낮게 나타났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하위그룹(총 2436명) 중 쎄레브렉스 투여군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나프록센 투여군에 비해 53% 낮았다.
연구진은 쎄레브렉스를 허가용량, 비선택적 NSAIDs인 나프록센 및 이부프로펜을 처방용량대로 투여했다. 다만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중 기존 용량으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 쎄레브렉스 복용군은 1일 2회 200㎎(총 400㎎), 이부프로펜 복용군은 1일 3회 800㎎(총 2400㎎), 나프록센 복용군은 1일 2회 500㎎(총 1000㎎)로 투여량을 늘렸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환자는 위장관 보호 목적으로 양성자펌프억제제(PPI, protonpump inhibitor)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성분명 에소메프라졸, esomeprazole)을 1일 1회 복용했다. 연구진은 환자의 심혈관계 위험과 관계 없이 심혈관 보호효과를 높이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aspirin)을 선택적으로 투여했다.
앨지스 조바이사스(Algis Jovaisas) 캐나다 오타와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조교수는 “PRECESION 연구에서 선택적 COX-2억제제인 쎄레브렉스가 나프록센·이부프로펜 등 비선택적 NSAIDs 대비 심혈관계 사건 위험성은 비슷하면서 위장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은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로써 COX-2 억제 NSAIDs의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COX-2 억제 계열이라도 약물에 따라 부작용, 효과 등 특성이 세부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예컨대 바이옥스는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반면 쎄레브렉스는 이를 감소시키는 항산화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쎄레브렉스는 미국에서 1998년 12월, 국내에서는 2000년 5월에 허가받았다. 건강보험은 60세 이상 골관절염 및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 적용된다. 지난해 6월 특허만료 후 1년이 지나 약가가 제네릭 및 비선택적 NSAIDs·위장보호제와 병용할 경우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