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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두통약 ‘게보린’ vs ‘펜잘큐’ … ‘타이레놀’ 성분 복합제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2-10 19:37:29
  • 수정 2020-09-13 16: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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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근당, IPA 성분 빼고 에텐자미드로 교체 … 안전성 강화, 약효 지속시간 늘려

삼진제약, IPA 성분 안전성논란 벗어난 후 약가 15% 인상 … 매출 호조
타이레놀보다 효과 강하지만 위장장애 부작용 주의 


진통제 종근당의 ‘펜잘큐정’(왼쪽) vs 삼진제약의 ‘게보린정’
두통은 성인 남녀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진통제 부문 일반의약품인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acetaminophen), 삼진제약의 ‘게보린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카페인수화물, acetaminophen·isopropylantipyrine·caffeine anhydrous), 종근당의 ‘펜잘큐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에텐자미드·카페인수화물, acetaminophen·ethenzamide·caffeine anhydrous)는 소비자가 약이름을 콕 집어 구매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게보린과 펜잘큐는 진통제 부문 국내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한 복합제다. 타이레놀만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주로 찾고 있다. 효과가 강하지만 위장장애 부작용을 고려, 공복을 피해 1일 3회까지 복용할 수 있다.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해열·진통제(NSAIDs)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위장장애가 없고 용량을 줄인 어린이용 약은 만12세 이하인 소아도 복용할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간에서 주로 대사돼 과다복용·음주로 간독성이 발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성인 권장량은 하루 최대 8알, 노인은 4알이지만 매일 세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권장량을 지켜 복용해도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의사·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oxygenase, COX)를 간접적으로 억제해 NSAIDs와 달리 소염 작용 없이 진통·해열 효과만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게보린 시리즈는 IMS헬스 데이터 기준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이 1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타이레놀 시리즈는 207억원, 펜잘 시리즈는 47억원을을 기록해 각각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보린의 판매 실적이 오른 이유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 안전성 논란 해소, 지난해 1분기 15% 가격 인상, 광고 효과 등이 꼽힌다. 삼진제약 측은 물가인상 등으로 9년 만에 게보린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펜잘은 타이레놀과 게보린보다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마니아층이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얀센과 종근당은 기존 진통제에서 제형과 성분을 다양화해 브랜드를 확장시켰다. 타이레놀 시리즈로는 주요 품목인 타이레놀정 외에 ‘타이레놀ER서방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우먼스타이레놀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파마브롬(pamabrom)),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출시됐다.

펜잘 시리즈로는 펜잘큐 외에, ‘펜잘S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카페인수화물), ‘펜잘나이트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디펜히드라민시트르산염(diphenhydramine citrate)), ‘펜잘레이디정’(성분명 이부프로펜·파마브롬·메타규산알루민산마그네슘(meta-aluminum magnesium silicate)) 등이 출시됐다.          

삼진제약은 게보린정 외에 ‘게보린S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카페인수화물·제피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 coated)), ‘게보린F정’(성분명 이부프로펜·티아민질산염·리보플라빈, ibuprofen·thiamine nitrate·riboflavin) 등이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게보린정만 출시했다.

2015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IPA 성분의 부작용 위험이 제기되자 재검증한 결과 “혈액질환 관련 부작용 신고 건수가 1건에 불과한 등 다른 진통제와 비교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주의사항에 15세 미만 사용금지를 추가하는 것으로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IPA의 또다른 이름은 프로피페나존(propyphenazone)으로 피린(pyrine)계 NSAIDs에 속한다. 아세트아미노펜 대비 통증 억제 효과가 빠르고 크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게 특징이다. 과다 복용할 경우 골수억제 작용에 의한 과립백혈구감소증, 재성불량성 빈혈, 위장장애, 졸음·경련와 같은 의식장애 등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린계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 IPA의 이상반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피린계 약제는 화학구조 상 피라졸(pyrazole) 또는 피라졸론 고리(pyrazolone ring)를 갖고 있다. 참고로 아스피린(aspirin)은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 ASA) 제제로 피린계에 속하지 않는다. 
IPA 제제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아직 발매가 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 성분을 함유한 약을 허가신청한 제약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의 재평가 결과 발표에 당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IPA와 구조가 유사한 피라졸론계 약물인 아미노피린과 설피린은 암·혈액질환 유발 위험이 높아 전세계적으로 시판이 금지돼 있다”며 “식약처는 혈액학적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춰 조사했지만 IPA는 인지기능 저하, 경련, 부정맥, 심인성 쇼크 등 다양한 이상반응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FDA가 회사 기밀 보안을 이유로 개별 약물에 대한 허가신청 여부를 알려주고 있지 않다”며 로 “제약사가 미국에서 IPA 제제를 판매하기를 원했으나 FDA가 안전성 문제로 허가를 거부했을 수도 있다”며 IPA 안전성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하듯 IPA 제제의 부작용은 발생률이 낮아도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 식약처 연구에서 이용한 데이터마이닝 기법 등은 개인의 약물 부작용 노출 여부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종근당은 기존 ‘펜잘’(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무수카페인)을 구매한 고객에게 IPA 성분을 에텐자미드로 대체한 신제품 ‘펜잘큐’로 교환해주는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에텐자미드는 비(非)피린계 약물로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생합성을 저해하고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한다. 소염·해열·진통 효과 지속시간이 긴 편이다.
펜잘큐는 만8세부터 복용할 수 있다. 만8~10세의 용량은 1회에 2분의 1정, 만11~14세는 3분의 2정이다.      

게보린과 펜잘은 바이엘의 ‘사리돈A’(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무수카페인) 제네릭(복제약)으로 각각 1979년, 1984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이들 약은 진통 효과 발현이 느린 대신 지속시간이 긴 아세트아미노펜, 효과 발현은 빠르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IPA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한다. 카페인은 이들 진통 성분의 흡수를 도와 통증 억제 효과를 상승시킨다. 내성이 생길 수 있어 복용량을 마음대로 늘렸다간 진통제를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만성두통으로 이어진다. 진통제 한 알당 카페인 함량은 보통 50㎎다. WHO는 카페인 1일 복용 허용치로 170~200㎎ 제시하고 있다.
 
배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밝은미소약국장은 게보린의 매출이 앞서게 된 계기로 삼진제약이 약의 모양과 색을 독특하게 만들어 기존 진통제와 차별화했고, 고가의 가격 정책으로 약국에 중간 이윤(마진)을 확보해줬기 때문(현재는 다른 진통제와 마진이 비슷)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약이 흰색의 원형인 반면 게보린 알약 형태는 분홍색의 삼각형이다. 무엇보다 1982년부터 광고한 ‘맞다, 게보린’ 문구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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