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치 주변 통증은 기능성 소화불량·위궤양 … 왼쪽 윗배, 췌장염·과민성대장염이 원인
복통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하지만 발병원인도 다양하다. 국내 한 병원이 지난해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소화불량(24.9%), 역류성식도염(8.3%), 위장관염(4.9%), 과민성 대장증후군(4.3%), 간염(3%), 위 또는 십이지장궤양(2%) 순으로 나타났다. 복부엔 위·장·간 등의 여러 기관이 모여 있어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픈지 정확히 파악해야 빠른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다.
아픈 부위에 따라 어떤 질환이 복통의 원인이지 유추해볼 수 있다. 상복부엔 간, 위, 십이지장 같은 장기가 몰려 있다. 먼저 오른쪽 윗배가 아플땐 간염, 담낭염, 담석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간염은 바이러스, 알코올, 특정 약물 등에 의해 간세포 및 간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극심한 복통을 유발한다. 증상 발현 후 6개월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으면 만성간염으로 진단한다. 이럴 경우 간세포가 파괴 및 재생되는 과정에서 간섬유화가 일어나 간경변증으로 악화되고 심하면 간해독 기능이 상실되는 간부전으로 이어진다. 특히 오른쪽 윗배가 아프면서 체중이 줄고 배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간암 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담석증은 간 옆에 붙어 있는 담낭(쓸개)과 담관 안에 담즙이 굳어 덩어리가 생기는 질환으로 노화, 고지방식, 비만 등이 원인이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담석에 의해 담관이 막히면 간에서 분비되는 적황색 물질인 빌리루빈이 혈관으로 새어 나가 피부와 눈을 노랗게 만드는 황달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담낭염은 담석 등으로 발생한 장내 세균이 담낭에 염증을 일으켜 통증을 초래한다. 최 교수는 “담석증과 담낭염은 오른쪽 윗배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오른쪽 어깨와 등으로 퍼지면서 발열과 구토가 동반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흔히 명치로 불리는 가운데 윗배가 아프면 위염, 위궤양, 기능성 소화불량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명치 주위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식욕이 감퇴하고 기력이 떨어지지만 내시경검사나 혈액검사로는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증상이다. 주로 스트레스, 과식, 폭식, 독성음식, 만성변비로 유발된 독소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위염과 위궤양은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위벽은 총 점막·점막하층·근육층·장막 등 네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위점막층은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가 손상돼 염증이 생겨 위산이 닿아 속이 아프거나 쓰린 게 위염이다. 위궤양은 두번째 층인 점막하층이 손상된 상태로 점막에 약 5㎜ 이상 패인 듯한 형태의 상처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보통 위염이 심해지면 위궤양으로 악화된다. 타는 듯한 상복부 통증이 느껴지고 공복 때보다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더 심해지며 체중감소, 구역질, 구토 등이 동반된다.
왼쪽 윗배만 아픈 경우는 비교적 드물며 급성췌장염, 과민성대장염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장지웅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은 식은땀이 나면서 명치 또는 왼쪽 윗배가 아픈 게 특징으로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석증이 있는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며 “통증이 점차 등쪽으로 퍼지면서 소화장애, 메스꺼움, 구토, 발열, 황달 등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과민성대장염은 기능성 소화불량과 비슷하게 심리적 요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 배가 아프면서 주로 설사나 변비가 동반되고 대변을 보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면 급성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돌기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질환은 맹장 끝에 6~9㎝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게 아니라 명치 부분에서 소화불량과 메스꺼움 등 일반적이 위장병 증상이 나타나다가 1~2일 후 오른쪽 아랫배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 부위를 손으로 눌렀다 떼면 더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반발통이 특징이다.
급성 충수돌기염과 흔히 혼동되는 질환이 급성게실염이다. 오른쪽 대장 게실에 염증이 생기면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발생하는데, 급성 충수돌기염의 통증이 명치 부분이 체한 듯하다가 1∼2일 후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으로 옮겨가는 것과 달리 급성 게실염은 처음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것이 특징이다.
왼쪽 아랫배가 아프다면 왼쪽 신장과 요관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통증 부위가 왼쪽 옆구리와 넓적다리 안쪽, 고환 쪽으로 확대되고 혈뇨가 나오기도 한다. 여성은 왼쪽 난소에 이상이 생기면 왼쪽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진다. 배변 시 직장이 과도하게 수축하면 왼쪽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장의 과도한 수축은 염증성 병변, 소화불량, 장내 세균층의 변화, 장내 가스 등으로 발생한다. 이밖에 신장결석, 과민성대장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최 교수는 “복통은 소화불량, 위장관염, 간염 등 다양한 질환을 알려주는 건강의 신호등과 같아 가볍게 여기지 말고 가급적 빨리 원인을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체중이 갑자기 줄거나, 심한 설사·구토·혈변 등과 함께 복통이 찾아오면 암 등 중증질환일 수도 있어 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