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제1저자)와 장성만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교신저자)를 포함한 국내 7개 대학병원 공동연구팀은 한국인의 양극성 스펙트럼장애 유병률은 4.3%로 서구권 국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또 양극성 스펙트럼장애에 해당하는 사람 중 78.3%는 기존 진단기준에 따라 우울장애(35.4%), 불안장애(35.1%), 알코올 및 니코틴 등 물질사용장애(51.9%)로 진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기분장애는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고 활동량과 의욕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조증과 그 반대 상태인 우울증의 양극이 반복되는 정신장애다. 미국정신건강의학회의 진단기준인 ‘DSM-5’에 따라 제1형(조증+우울증)과 2형(경조증+우울증)으로 분류한다.
미국 등 서구권에서 2~3%의 유병률을 기록 중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0.2~0.3%로 극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가 기존 양극성장애 진단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데 따른 것으로 가정했다. 이어 2011년부터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의 하나로 한국인 3013명을 대상으로 기분장애설문지(Mood Disorder Questionnaire, MDQ)를 작성하게 한 뒤 정확한 유병률을 측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현재 임상 현장 및 국가 정신보건정책에서 양극성 스펙트럼장애 문제가 과소평가돼 왔음을 시사한다. 김지현 교수는 “가벼운 양극성 기분장애도 신체기능 저하나 자살의 위험성이 제1형이나 2형에 못지 않게 심각하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증상이 가벼운 양극성 기분장애의 경우 진단기준에서 벗어나 향후 증상이 심해지거나, 다른 정신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는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가벼운 증상이나 위험인자를 치료 또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한 상태로 보는 게 최근 의학계의 추세”라며 “기분장애 등 정신장애 분야에서도 기존 진단기준보다 넓은 범위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정동장애학회(ISAD) 공식학회지 ‘정동장애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지난해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