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닌 생성 억제할 뿐 이미 생성된 것 치료 어려워 … 하이드로퀴논 도포 후 마스크팩 붙이면 유리
여성이라면 한번쯤 화장대에 ‘화이트닝 제품’을 두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흰 피부는 미인의 첫번째 조건으로 꼽힐 정도로 선호도가 높아 ‘미백관리’에 주력하는 여성이 적잖다. 하지만 실상 타고난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화이트닝케어는 본연의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마법이라기보다는 얼굴에 나타난 기미·잡티 등을 지워 얼룩을 옅게 하고 피부톤을 균일하게 맞춰주는 것에 그친다.
아무리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며 피할 수 없는 게 ‘기미’ 같은 색소질환이다. 대개 광노화로 인해 유발된다. 나이 들어 자외선 공격에 무방비해진 피부는 공격받은 흔적을 피부 위로 하나둘 올려 보낸다. 주근깨가 없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광대뼈 부위를 중심으로 기미 등이 끼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기미는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높아 여성에서 호발한다. 조소연 서울시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에스트로겐은 멜라닌을 생성하는 멜라노사이트와 결합하면 멜라닌 생성을 촉진한다”며 “에스트로겐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임신 기간에도 기미가 호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에서 피임약도 기미를 유발할 수 있다. 피임은 배란을 강제로 억제하는 만큼 호르몬 변화를 억압해 기미를 형성한다.
실질적인 개선 방향은 색소질환이 눈에 띄자마자 피부과에서 손보는 것이다. 화장품만으로 기미를 지우는 것은 어렵다. 화장품의 법적 정의는 ‘인체를 청결, 미화해 매력을 더하고,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사용되는 물품으로 인체 작용이 경미한 것’이다. 말 그대로 장기적으로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고, 그만큼 효과도 미미한 게 화장품의 본질이다. 예방 효과는 있어도 치료 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미백화장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미백물질을 일정 농도 함유한 것을 통칭한다. 식약처에 미백성분으로 등록된 물질은 △닥나무추출물 △알부틴 △에칠아스코빌에텔 △유용성감초추출물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나이아신아마이드 △알파-비사볼올 △아스코빌테트라이소팔미테이트 등이다. 이들 성분은 이미 만들어진 멜라닌을 분해해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다만 자외선 노출로 인해 멜라닌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집에서 기미를 확실하게 옅게 만들고 싶다면 약국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의약품은 명품 화장품보다 저렴하지만 미백효과가 더 뛰어나다. 대표적인 게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 성분이다.
이 성분을 함유한 연고는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미백화장품과는 작용 기전 자체가 달라 의료 목적으로 구분된다. 하이드로퀴논은 일반 화장품에 배합할 수 없는 의약품 성분으로 분류돼 있다. 이 성분은 멜라닌 생성 세포를 파괴해 새로운 피부세포가 자라도록 돕는다. 단, 멜라닌을 직접 파괴하는 것은 아니어서 피부를 자극하고 부작용을 유발하기 쉽다. 따라서 피부과 의사의 충분한 상담과 관찰 아래 처방에 맞게 써야 한다.
하이드로퀴논 연고는 국내서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뉜다. 함유량이 2% 이하인 연고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더 강력한 함유량이 4% 이상 제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하이드로퀴논의 독특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화장품에 쓰이지 못하는 것은 한때 발암물질로 여겨져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금지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 바르는 2%의 하이드로퀴논을 바르는 정도로는 암에 걸릴 확률이 극도로 낮다. 단,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에겐 트러블을 안겨주기도 하므로 의사와 상의한 뒤 활용하는 게 좋다.
김영선 대한약사회 기능성화장품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하이드로퀴논 등 미백 의약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색소질환 부위에 단독 사용 또는 고효능 크림과 병용한 뒤 미백 기능성 마스크팩을 붙여주는 게 도움이 된다”며 “효능 성분의 흡수율을 높이면서 효과를 오래 유지하도록 만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