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임하겠다고 12일 밝혔다. 2010년 7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6년7개월 만이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후임 회장은 논의 중이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방배동 협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협회가 더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내달 정기총회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는 국내 제약사들은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키운 한 해”라며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약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신약개발이 필수라는 인식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700여개의 신약후보물질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 성과가 꾸준히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약산업에 애정을 갖고 노력한 결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해외진출 지원 등 측면에서 정부의 인식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임 중 불법·편법 리베이트를 완전히 근절시키지 못해 아쉽지만 더 이상 이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자평했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으로 정부와 제약업계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시장형 실거래가) 폐지, 3상 임상시험 비용 세액공제 등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1950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보건복지부에서 공보관, 약정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과 인제대 총장을 거쳐 2010년 제20대 한국제약협회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세 번 연임할 정도로 내외부 평가가 좋았던 이 회장이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은 시점에 돌연 사임할 뜻을 표한 것에 대해 협회 이사장단과 의견 마찰 또는 다른 외부 압력으로 인한 타의적 사임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물음에 이 회장은 “이번 사임 발표는 내가 결정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