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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쾌락 원해 정관수술 받는 미혼남들, 영영 불임될수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1-05 09:52:00
  • 수정 2020-09-13 16: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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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원술 후 임신 확률 65% 불과 … 항정자항체 생겨 임신 어려워
이미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이 정관 복원을 희망할 경우 정관수술 후 5년 이내여야 6∼10년된 사람보다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구모 씨(32)는 얼마 전 친구로부터 정관수술을 받은 뒤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친구는 콘돔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고 임신 걱정도 없는 데다 나중에 묶었던 정관을 다시 풀면 아이 낳는 데 지장이 없어 ‘일석삼조’라고 자랑했다. 구 씨는 미심쩍어하는 여자친구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비뇨기과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복원수술을 받으면 임신 확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데 결혼도 안 한 사람이 뭐가 그렇게 급하냐”는 타박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근 정관을 자른 뒤 묶어 임신을 예방하는 정관절제술에 대해 문의하는 미혼 남성이 늘고 있다. ‘거사’를 치를 때마다 매번 콘돔을 챙기거나 착용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관계시 받는 성감이 덜하다는 게 이유다. 일단 정관수술을 받았다가 나중에 묶었던 정관을 다시 풀면 되니까 ‘젊을 때 충분히 즐기고 나중에 아기도 낳겠다’는 생각인데, 자칫 수술 후 정관과 정자가 제기능을 하지 못해 임신이 어려운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피임의 역사는 인류의 태동과 동시에 시작됐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1만5000년 전 구석기인들의 동굴 벽화에 콘돔과 비슷한 물건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고대 이집트인에선 코끼리 배설물이나 아카시아나무를 피임 기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20세기 전까지 피임은 어디까지나 여성의 책임이었다. ‘피임의 역사’(1992)를 쓴 역사학자 앵거스 맥래런은 “피임은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능력을 좌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20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점차 여권이 신장된 뒤에야 남성도 피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성피임법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남성이 가장 선호하는 질외사정은 임신 확률이 20~35%로 꽤 높아 최근엔 피임법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남성피임법은 콘돔이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사용법이 간단하고 성 접촉에 의한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천연·합성고무 소재인 라텍스 등으로 제조된 남성용 콘돔은 사용만 제대로 하면 피임 성공률이 85~98%로 비교적 높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남성이 ‘느낌이 덜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콘돔 착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미혼남성들이 선호하는 정관수술은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피임법이 맞다. 이 수술은 음낭 표피를 일부 절개한 뒤 정자가 지나는 길인 정관을 잘라서 묶어 정자가 정액 내에 포함되지 않게 한다. 최근엔 절개 없이 특수기구로 음낭 표피에 2~3㎜ 크기의 구멍을 낸 뒤 정관을 음낭피부 밖으로 노출시켜 차단하는 무도정관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수술 후에도 정자는 계속 생산되지만 정관이 막혀 있어 몸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정자 없는 정액은 임신이 불가능하다. 간혹 정관수술 후 1000명당 1~2명에서 정관이 재개통돼 임신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사정 시 나오는 정액은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정자와 전립선, 정낭 등에서 나오는 액체들로 이뤄진다. 전체 정액에서 정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10% 정도여서 정관절제술 후에도 정액량 차이는 느끼기 어렵다.

정관수술은 가족계획을 끝낸 기혼 남성이 많이 선택하는 피임법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수술 후 아랫배가 당기는 통증 외에 특별한 부작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통증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끝나지만 15% 정도는 만성화돼 부부관계 시 불편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수술시간은 약 10~20분, 비용은 20만~30만원 정도다.

정관절제술 후 정력 감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수술 후에도 남성호르몬 분비기능이나 성기능은 변하지 않는다. 안현수 아주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정관절제술을 받아도 남성호르몬의 분비 기능에는 전혀 영향이 없으며 수술 후 발기력, 성욕, 사정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며 “오히려 성관계 시 임신의 불안감에서 해방돼 자연스럽고 즐거운 성관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도 체내에 정자가 남아 있을 수 있어 2∼3개월간, 10회 정도는 성관계를 가질 때 다른 방법으로 피임하는 게 안전하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정관수술이 가족계획을 완료한 기혼 남성에게만 적합하며 미혼 남성에겐 임신 실패 등을 이유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정관복원술은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실로 끊어진 정관을 연결하는 것으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의사의 술기도 중요하지만 환자마다 복원율이 천차만별이라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안 교수는 “정관절제술 후 10년 이내에 정관복원술을 받을 경우 임신율은 아내의 나이 등 여러 원인을 고려할 때 65% 정도에 불과하다”며 “또 정관수술 후 몸 안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배출되지 못하고 부고환에서 흡수되는데 이로 인해 간혹 항정자항체(antisperm antibody, ASA)가 생겨 임신이 되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관복원술을 받은 남성은 1∼2일 동안 가급적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앉아서 하는 일은 3일 뒤부터 시작한다. 심한 운동을 피하고 최소 6주간은 음낭을 위로 올린 상태에서 고정시켜야 한다.
안 교수는 “음낭 고정은 자연임신이 될 때까지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술 후 성관계나 사정은 4∼6주간 삼가고, 정액검사를 1∼2개월마다 최대 6개월간 실시해 수술 성공 여부를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기혼 남성은 보통 재혼이나 심경 변화로 아이를 더 원할 때 정관복원술을 결정하는데, 되도록 정관수술 후 10년 이내에 복원술을 받아야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수술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관절제술로부터 정관복원술을 받기까지 소요된 시간이다. 정관수술 후 복원까지 기간이 5년 이내인 사람이 6∼10년된 사람보다 임신 확률이 높으므로 가급적 빨리 가족계획을 다시 세워 복원수술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안 교수는 “최근 결혼 및 출산 연령이 점차 늦어지는 상황에서 젊은 시절 일시적인 즐거움을 위해 섣불리 정관수술을 받았다가는 후회하게 될 수 있다”며 “번거롭더라도 콘돔을 항상 착용하고 정관수술은 결혼과 출산 후 가족계획을 마무리한 뒤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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