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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관리 ‘원시인식단’으로? 비만·당뇨병 역효과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1-03 13:58:21
  • 수정 2020-09-13 16: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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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수화물 부족, 뇌기능저하·근육소실 초래 … 활동량 적은 현대인, 칼로리 과다섭취 위험
뇌와 심장은 거의 대부분 에너지를 탄수화물에서만 얻기 때문에 곡기를 끊으면 뇌기능과 신체활동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와 건강관리를 위해 ‘원시인 식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구석기라는 의미의 ‘팔레오 다이어트(Paleo diet)’로도 불리는 이 식단은 약 1만년전 시작된 농업과 가축사육으로 인간의 질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곡류 등 탄수화물과 유제품·달콤한 과일·정제음식을 줄이고 농경사회 전 구석기 인류처럼 신선한 야채와 새콤한 과일, 견과류, 생선·육류 등의 섭취를 늘리는 게 핵심이다. 영양소 측면에선 단백질과 오메가-3지방산 등 좋은지방, 식이섬유 등의 섭취량을 높이는 대신 탄수화물·당분·염분은 최소화한다. 

얼마전 논란이 됐던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와 비슷하지만 지방보다 야채와 과일을 통한 식이섬유 섭취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몸에 주는 부담이 덜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약 3년전부터 국내에도 들어와 다이어트 및 건강증진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특정 식단이나 다이어트방법이 좋다고 해서 자신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따라하다간 역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이 8주간 실시한 동물실험에서 구석기식단을 유지한 쥐는 체중이 15% 가량 증가했고 당뇨병 전조증상인 포도당과민증이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소프 안드리코폴루스(Sof Andrikopoulos) 교수는 “채집과 사냥을 위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던 원시인과 달리 현대인은 운동량이 극히 적어 저탄수화물·고단백·고지방 식이를 유지할 경우 칼로리 과다섭취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육식 위주인 미국인보다 비만이 적은 게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인의 운동량이 줄었기 때문에 저탄수화물 식사가 고단백·고지방 식사로 대체될 뿐 오히려 과도한 열량을 섭취해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추론이다. 더욱이 고단백 식사를 지속하면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의 부담이 가중되므로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환자는 원시인식단을 삼가는 게 좋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 자체가 독이 될 수 있다. 뇌와 심장은 거의 대부분 에너지를 탄수화물에서만 얻기 때문에 곡기를 끊으면 뇌기능과 신체활동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염근상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을 배제한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면 이론적으로 지방세포에서 분비된 렙틴호르몬이 뇌로 전달돼 식욕이 억제된다”며 “이후 학계에선 렙틴을 외부에서 투여해 비만을 예방하는 연구가 이뤄졌지만 다른 호르몬이 작용해 식욕억제 효과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인체는 단순한 논리로 해석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방·단백질·탄수화물 등 영양소의 분해 속도, 대사량, 호르문 분비 등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평생을 맘껏 먹어도 날씬한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찔 정도로 대사효율이 낮은 사람이 무조건 고지방식을 섭취하면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염 교수는 “탄수화물 섭취가 과도하게 줄면 근육소실, 변비, 감기 등을 초래하고 피부와 모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은 모두 개인차가 있으므로 전문의에게 상담 및 혈액·호르몬·체성분검사 등을 받아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 뒤 올바른 식단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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