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코푸시럽, 디히드로코데인 등 4성분 복합 진해거담제 … 대원제약 코대원포르테, 오리지널 위협
겨울철 미세먼지 증가 등으로 호흡기질환이 많이 발생하면서 진해거담제(기침·가래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진해제는 기침의 원인과 관계 없이 기침을 가라앉힌다. 거담제는 숨쉬기 어렵게 하는 끈끈한 점액을 녹여 묽게 만들어 기도 밖으로 배출한다. 분비물을 기도 밖으로 배출시키지 않고 호흡기의 점액을 녹여 묽게 만드는 작용만 하면 점액용해제로 분류된다.
안국약품의 ‘시네츄라시럽’(성분명 황련수포화부탄올건조엑스, 아이비엽30%에탄올건조엑스 Coptis Rhizome Butanol Dried Ext, Ivy Leaf 30% Ethanol Dried Ext), 유한양행의 ‘코푸시럽’(디히드로코데인타르타르산염·염화암모늄·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dl-염산메칠에페드린, dihydrocodeine tartrate·ammonium chloride·chlorpheniramine maleate·dl-methylephedrine HCl), 대원제약의 ‘코대원포르테시럽’(코푸시럽 제네릭) 등이 시장을 대표하는 품목이다.
시네츄라는 유럽약전에 수재된 생약인 아이비엽(두릅나무과의 건조잎)추출물에 동양의 생약인 황련추출물을 복합한 약제다. 2011년 9월 천연물신약 5호로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판매실적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국내 진해거담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약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안국약품의 전체 매출액 약 1960억원 중 15%에 달하는 수치다.
안국약품은 2011년 아이비엽추출물 제제인 ‘푸로스판시럽’(성분명 아이비엽30%에탄올건조엑스, Ivy Leaf 30% Ethanol Dried Ext, 개발사 독일 엥겔하르트)가 국내 진해거담제 시장 1위를 달리며 회사 매출액의 40%가량을 차지함에도 이 약의 국내 판권을 포기했다. 푸로스판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축소되는 등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012년부터 광동제약이 푸로스판을 판매하고 있다.
조영주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2011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새로운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의 임상연구 결과’를 주제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대시대부터 거담제로 사용된 아이비엽추출물은 소아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임상연구 결과 점액 분비를 촉진하고 용해하는 효능과 기관지 경련과 기침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깽깽이풀이라 불리는 황련은 칸디다(Candida)와 같은 진균 등 균의 증식과 염증반응을 억제한다. 주성분인 베르베린(berberine)은 기도 평활근을 수축시키는 포스포디에스터라제-4(PDE-4, phosphodiesterase-4) 등을 억제한다. 점액의 점성을 낮추고 점막의 섬모의 흐름을 개선한다.
베르베린 관련 2003년 국내 연구결과 기관지 표면세포의 뮤신(mucin) 분비를 차단해 거담제로서 가능성이 확인됐다. 천식·알레르기비염 치료제인 몬테루카스트(montelukast, 오리지널명 한국MSD의 ‘싱귤레어정’)와 대등한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 몬테루카스트는 류코트리엔( leukotriene)수용체 길항제다.
시네츄라는 국내 급성상기도감염 또는 염증성 만성기관지염 환자 총 255명을 대상으로 한 다기간 3상 임상연구에서 푸로스판과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연구진 판단 완치판정률은 시네츄라 투여군(129명)이 27%로 푸로스판 투여군(126명) 20%보다 높았다. 염증성 만성기관지염이 개선된 환자 비율은 시네츄라군이 62.5%로 푸로스판군 28.5%에 비해 높은 반면 급성상기도감염 개선율은 각각 56%로 같았다. 시네츄라군과 푸로스판군의 기저치 대비 객담이 감소한 정도는 61% 대 52%, 기침이 완화된 정도는 62% 대 59%였다. 시네츄라 관련 부작용으로 총 3건이 보고됐다. 대부분은 가벼운 위장관계 이상반응이었다.
유한양행의 코푸시럽은 성분 중 디히드로코데인이 호흡운동을 맡는 중추신경(연수)에 작용해 기침을 억제한다. 염화암모늄은 거담제로 사용된다. 암모늄이온(NH4+)은 위를 자극해 기관지점막의 점액 분비를 유발한다. 클로르페니라민은 히스타민수용체에 길항작용을 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기침을 잘 멎게 한다. 졸음 부작용이 개선된 2~3세대 항히스타민제보다 진해 효과가 뛰어나다. 염산메칠에페드린은 기도 평활근을 이완해 기관지확장제로 쓰인다.
조현주 서울비타민 약사는 “코푸시럽은 코데인(codeine) 성분이 소량 들어 있어 전문의약품 중 한외마약으로 분류된다”며 “한외마약은 마약성분을 함유하지만 다른 물질과 혼합돼 다시 제조할 수 없는 약제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유럽의약품청(EMA)이 코데인 함유 치료제를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감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국내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의료진들은 “수십년간 처방해도 문제 없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외국의 조치를 무분별하게 따르지 말고 국내 의료현장과 학술자료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 논란을 종결시켰다.
코푸정에는 거담제 성분으로 코푸시럽의 염화암모늄 대신 구아이페네신이 들어 있다. 구아이페네신은 기도에서 점액 분비량을 늘려 가래가 잘 미끄러져 입으로 배출되도록 유도한다. 기관지근육을 이완하고 호흡운동을 담당하는 중추신경에 작용해 기침을 억제한다. 위약 대조 연구결과 급성상기도감염 관련 진해 효과가 입증됐다.
코푸시럽에스시럽와 코푸시럽에스정은 코푸시럽의 마약성 진해제인 디히드로코데인 대신 비마약성 성분인 덱스트로메토르판을 함유하고 있다. 덱스트로메토르판은 NMDA(N-methyl-D-aspartate, N-메틸-D-아스파르트산)수용체 길항제로 작용해 기침을 억제한다.
코푸시럽과 코푸정의 지난해 매출은 약 185억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126억원어치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13.6% 올랐다. 코푸시럽의 제네릭 격인 대원제약의 코대원포르테는 지난해 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2% 급증해 오리지널 코푸시럽을 위협, 대원제약의 효자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디히드로코데인을 함유한 코푸시럽·코푸정은 전문의약품으로, 덱스트로메토르판이 들어 있는 코푸시럽에스시럽·코푸시럽에스정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시네츄라와 코대원포르테는 의사이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이다.
코푸시럽·코푸정, 코푸시럽에스시럽·코푸시럽에스정, 코대원포르테 등은 코데인 또는 덱스트로메토르판, 항히스타민 성분인 클로르페니라민, 에페드린(ephedrine) 등을 함유해 졸음을 유발한다. 복용하는 동안 자동차 등 기계류 운전·조작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