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 상태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 사용하는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요법’을 창안, 수많은 생명을 구한 헨리 하임리히 박사(96)가 지난 17일 심장마비 합병증으로 눈을 감았다. 그는 1972년 많은 사람이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질식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처치법을 고민하다가 실험실 개의 목에 튜브를 삽입하는 실험을 했다.
질긴 고기가 튜브 사이에 막히자 주먹으로 개의 위를 압박한 뒤 횡격막 쪽으로 쓸어올렸다. 공기를 유입해 음식물이나 다른 물질을 기관 바깥으로 빼내기 위해서였다. 폐를 계속 압박하자 튜브 사이에 있던 고깃덩어리가 튜브 바깥으로 튕겨 나왔고 개는 질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후 공공보건기관과 항공사, 식당협회 등에서 하임리히요법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여태껏 미국에서만 10만여명이 이 응급처치법으로 질식사 위험에서 벗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하임리히법은 약물·음식 등이 목에 걸려 질식상태에 빠졌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법이다. 기도나 목구멍이 막혀 환자가 말을 못하거나 숨을 쉬지 못할 경우 환자를 세운 뒤 뒤에 서서 양팔을 환자 갈비뼈 밑에 두르고 배꼽 위 부위부터 양손으로 세게 당겨 목에 걸린 내용물을 토해내게 한다.
가장 일반적인 복부충격법은 갈비뼈와 배꼽의 중간 지점인 상복부를 빠르게 위쪽 방향으로 4~5번 눌러주는 방법이다.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땐 심폐소생술로 의식을 찾게 한 뒤 어깨 사이 등 부분을 세게 4번 내리치고 하임리히요법을 실시한다.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되풀이하면서 주위 사람을 시켜 지체없이 구급차를 부르게 한다. 다른 방법보다 안전하고 널리 쓰이지만 몸이 비대한 사람이나 임산부에는 흉부충격법이 적합하다.
흉부충격은 환자를 양팔 밑으로 껴안은 자세에서 한쪽 주먹의 엄지손가락 쪽을 환자의 명치와 흉골에 대고 다른 손으로 이 주먹을 감싼 뒤 빠르게 4번 충격을 가한다. 흉곽의 크기를 일시적으로 축소시켜서 공기를 기도로 보내 목에 걸린 것을 뱉어내게 하는 원리다. 복부충격보다 눌러주는 부위가 조금 위쪽인 게 다르다.
간식으로 떡을 자주 먹는 한국인은 기도폐쇄 발생 위험이 비교적 높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음식물 섭취 중 기도폐쇄로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만 400여명으로 이 중 88명이 사망했다. 기도폐쇄의 원인이 된 음식은 떡이 46.6%로 절반에 가까웠고 과일(8%), 고기(6.8%), 낙지(3.4%) 순이었다. 전체 환자의 50% 가량이 80대 이상 노인이었으며 70대(28.4%), 60대(14.8%) 등 6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도폐쇄는 목에 이물질이 걸려 숨을 쉴 수 없는 응급 상태다. 간신히 숨을 쉬는 정도의 부분폐쇄와 말 또는 호흡을 못하고 청색증이 나타나는 완전폐쇄로 구분된다. 이물질이 기도를 완전히 막는 완전폐쇄가 발생하면 몇 분 내로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저산소증이 오고 뇌 손상과 심장마비로 이어진다. 부분폐쇄인 경우 ‘그릉그릉’하는 소리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며 환자 스스로 이물질을 뱉기 위해 기침하거나 대화가 가능하다.
하임리히요법 시행 전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완전폐쇄인지 여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은 중앙대 교수는 “환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힘들게라도 숨을 쉬고 있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눕히고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며 “하임리히요법을 시도하면 장이나 비장 등의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기에 호흡이 전혀 안되는 ‘완전폐쇄’의 경우에만 시도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아이는 호두나 땅콩 같은 견과류를 먹다가 기도가 막히는 사고가 꽤 많다. 김 교수는 “견과류로 상기도가 막히면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능하고 이 상태가 지속하면 장기가 손상된다”며 “장기 손상은 주로 혈관이 많은 뇌·신장·간·심장 등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생명이 위험하고 회복되더라도 치명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중이 10㎏ 이하인 어린이는 뼈와 장기가 약해 성인과 같은 하임리히요법을 실시할 경우 골절이나 장기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아이를 자신의 팔 위에 올려놓고 머리를 고정되도록 잡은 뒤 다른 팔로 아이 어깨뼈 사이의 등을 5회 정도 연속해서 두드린다. 이후 아이를 다시 앞으로 눕혀 양쪽 젖꼭지 가운데를 두 손가락으로 3㎝ 가량 압박해 음식물을 뱉어내게 한다.
1세 이하 영유아는 약간의 충격도 위험할 수 있어 머리를 45도 각도로 숙이고 가슴을 지탱해주는 자세를 유지해 중력으로 기도를 막았던 음식이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엔 하임리히요법이 쓰기 어렵고 부작용도 많다는 이유로 일반인에게는 권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구급차가 언제나 빠른 시간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알아둬서 나쁠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기도폐쇄가 발생하면 무작정 하임리히법을 쓰기보다는 먼저 119구급대에 신고해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의견을 듣고,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땐 심폐소생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