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 정도언·이유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수면의 질을 깨어있는 상태에서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밤새 잠든 상태에서 이뤄지는 기존 방법과 달리 수면 전 단 5분간의 검사만으로 수면의 질을 예측할 수 있어 향후 수면 모니터링 및 치료 등에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분한다. 교감신경은 몸의 ‘활동’과 부교감신경은 ‘휴식’과 연관된다. 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혈관이 이완된다.
수면 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수면 전 자율신경계 작용을 확인하면 수면 중 수면효율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가설 검증을 위해 A4용지 얇기의 필름타입 압전센서(생체신호 등을 계측하기 쉬운 전기신호로 변환)를 침대 매트리스에 설치한 뒤 60명의 환자를 안정된 상태로 5분간 누워있게 했다. 이어 압전센서로 심장박동과 호흡 등 심폐신호를 측정한 뒤 수면효율을 예측했다. 심폐신호는 자율신경계 변화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팀은 이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해 실제 수면 중 수면효율도 평가했다. 그 결과 예측된 수면효율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확인된 수면효율과 오차율이 2%에 불과했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의 효율을 측정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수면 중 뇌파, 혈중 산소량, 호흡, 심박 수 등을 한 번에 측정함으로써 다양한 수면 문제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장비를 부착하고 검사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자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새로 개발된 방법은 특별한 장비를 부착할 필요 없이 단기간에 수면 효율을 평가할 수 있다. 깨어있는 상황에서 수면의 질을 예측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교수는 “이 방법은 가정에서 수면효율을 장기간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수면효율의 변화는 여러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반영하므로 수면의 질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 및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시간생물학(Chronobiology International)’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