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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쓴 고혈압, 젊은 환자에 치명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2-12 07:21:26
  • 수정 2020-09-13 16: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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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의·가면 고혈압, 진단 늦춰 합병증 유발 … 비만, 고인슐린혈증 유발해 혈압 높여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율 증가와 연관된다.
평소 잦은 음주와 업무스트레스 탓에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 권모 씨(35)는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1단계 진단을 받았다. 고혈압은 노인이나 만성질환 환자나 겪는 것인줄 알았던 터라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담당의사는 당장 체중을 5~8㎏ 감량하지 않으면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평소 건강을 자신하는 젊은층은 혈압을 자주 측정하지 않아 고혈압을 방치하기 쉽다. 결국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등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4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40대 고혈압 환자의 70%가 자신이 고혈압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지난해 국내 고혈압 환자는 571만명으로 만성질환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발병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습관, 과음, 흡연,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협심증, 동맥경화, 뇌졸중, 부정맥,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당뇨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율 증가와 연관된다. 비만이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혈압을 높이는지에 대해선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만한 사람은 지방세포에서 면역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의 일종인 TNF-α 분비가 증가한다”며 “이럴 경우 혈당조절호르몬인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고, 뇌에선 인슐린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는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슐린혈증 상태에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관이 수축돼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TNF-α 분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부비만이 고혈압의 가장 큰 위험요인인 이유다. 이밖에 지방조직에서 나오는 아디포카인(adipokines) 호르몬도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체형이 마른 사람이 혈압이 높으면 선천적으로 콩팥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젊은 사람은 고령층보다 병원이나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횟수가 적어 한번 혈압을 잘못 잴 경우 고혈압 등을 장기간 방치하기 쉽다. 측정 장소나 상황에 따라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져 실제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게 ‘가면고혈압’과 ‘백의고혈압’이다.
 
가면고혈압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혈압을 재면 고혈압이지만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5~20%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젊은 사람, 흡연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서 발생률이 높다. 검진 결과를 그대로 믿고 치료를 미루고 금연이나 절주에 신경쓰지 않으면 더 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 고혈압 분야 권위자인 이마이 유타카 일본 도호쿠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가면고혈압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2.1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문가들이 건강검진 외에 가정 내 혈압 측정을 강조하는 이유도 가면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것과 연관된다.

반대로 백의고혈압은 가면고혈압의 반대로 가정에서는 정상 혈압이지만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높게 측정된다. 의사가 혈압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긴장한 탓에 혈압이 높아지는 것으로 영어로는 ‘화이트코트증후군(White coat hypertension)’으로 불린다. 여성, 저체중, 젊은 연령인 사람에서 종종 발견되며 20분 정도 안정을 취한 뒤 혈압을 측정하면 수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본태성 고혈압 환자의 20~30%에서 백의고혈압이 발견되고, 백의고혈압 환자의 10~30%에서 3~5년 뒤 실제 고혈압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24시간 동안 활동혈압을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 

고혈압은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본태성 고혈압’과 특정한 질환이 원인이 되는 ‘2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본태성 고혈압은 전체 환자의 80~90%를 차지하며 동맥벽의 탄력이 떨어지고 딱딱해지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편 교수는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이 50%, 부모 중 한 명이 고혈압이면 자녀는 30%,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 아니면 자녀는 5%가 고혈압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2차성 고혈압의 원인질환으로는 콩팥질환, 호르몬분비 이상, 수면무호흡증 등이 꼽힌다. 2차성 고혈압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만성사구체신염은 콩팥 내에서 혈액의 노폐물을 거르는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젊은 나이, 특히 30대 미만에서 혈압이 높다면 2차성 고혈압을 의심해봐야 한다. 

나이가 비교적 젊더라도 부모가 고혈압 환자가 있거나 비만 등 고혈압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혈압을 점검해 합병증 위험을 낮춰야 한다. 고혈압 합병증은 동맥경화증으로 시작해 뇌졸중 등 뇌질환,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요독증·신경화증 등 신장질환 등을 초래한다. 

보통 혈압이 높으면 무조건 약을 먹어야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정상보다 다소 높은 고혈압 전단계(수축기혈압 120~139㎜Hg, 이완기혈압 80~899㎜Hg)이면서 흡연·음주·가족력 중 한두 가지에만 해당되거나, 고혈압 1단계(수축기혈압 140~159㎜Hg, 이완기혈압 90~99㎜Hg)이면서 다른 위험인자나 동반질환이 없으면 약보다는 금연·절주·운동 등을 통한 체중 감량이 효과적이다. 단 고혈압 1단계 이상이면서 당뇨병, 동맥경화증, 단백뇨 중 하나라도 해당되거나 흡연·음주·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세 가지 이상이면 바로 약을 복용해야 한다. 

짜게 먹는 식습관은 고혈압과 깊게 연관된다. 나트륨 섭취가 많으면 혈압이 올라가고, 줄이면 혈압이 떨어진다. 하루 10g의 염분을 섭취하던 사람이 염분을 절반으로 줄이면 혈압이 4~6㎜Hg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대로 칼륨 섭취는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된다. 고구마, 감자, 케일, 시금치, 토마토, 바나나 등은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꾸준한 운동은 비만 및 고혈압 관리를 위해 필수다. 편 교수는 “하루 30~45분 빠른 속도로 걷는 것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단 겨울에는 이른 아침에 야외운동을 할 경우 추운 날씨 탓에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 낮 시간을 활용하거나 실내운동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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