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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미세먼지 ‘독한’ 이유 … 中 난방 시작, 카드뮴·납 비율 높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2-08 07:27:13
  • 수정 2022-04-26 01: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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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풍·북서풍 타고 날아와, 전체 미세먼지 중 28%+α 차지 … 치매·심혈관질환 유발

흔히 미세먼지는 봄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겨울에 피해가 더 크다.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이 발간한 ‘2015년 우리동네 대기질(서울ㆍ인천ㆍ경기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월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2월이 84~88㎍/㎥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미세먼지 예보 ‘나쁨(81~150㎍/㎥)’에 해당하는 수치다. 초미세먼지(PM2.5)도 2월에 30~38㎍/㎥로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철 미세먼지가 심한 것은 중국 화북지역을 중심으로 난방이 시작되는 데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답게 일괄적으로 난방을 실시한다. 거의 모든 집들이 중앙난방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매년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4개월 동안만 난방을 공급한다.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한 양쯔강 이남 지역은 예외다. 난방에는 대부분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황산암모늄, 질산암모늄, 카드뮴, 납 등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된다.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동부 지역은 수도 베이징(인구 2150만명)을 비롯해 ‘동북 3성’으로 불리는 랴오닝성(4300만명)·흑룡강성(4000만명)·지린성(2800만명), 산동성(9400만명), 허베이성(7000만명) 등 엄청난 인구가 몰려 있다보니 소모하는 화석연료량도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나온 화학물질과 미세먼지들은 황토와 뒤섞여 겨울철 서풍과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온다. 중국의 산업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며 배출되는 유해물질 양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 대기오염 단계 중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가 내려진 바 있다.

게다가 겨울에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아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김진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박사는 “올 겨울은 라니냐 등의 영향으로 강한 한파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중국 내 난방으로 인한 화석연료 생성량이 크게 늘면서 더 짙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반도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중국에서 넘어왔다면 비율은 어느정도인지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 박사는 “서울을 기준으로 입자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직접 생성돼 한반도로 유입되는 비율은 28%+α 정도로 추정된다”며 “중국에서 배출된 화학연료에서 나온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기체 상태로 대기 중에서 암모니아와 반응해 황산암모늄(황산염)과 질산암모늄(질산염) 등 초미세먼지 입자 성분으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4분의 1 수준으로 작은 초미세먼지는 폐나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혈관으로 침투해 호흡기질환은 물론 협심증, 뇌졸중, 암 등 중증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인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미세먼지·황사 건강피해 예방 및 관리 권고지침 개발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심근경색을 비롯한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이 30~8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미세먼지가 뇌세포에 다량 축적되면 독성 단백질 덩어리인 플라크가 형성돼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는 급성 심정지의 위험도 높인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울의 하루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급성심정지 사망자 수가 1.3%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여성보다는 남성, 젊은층보다는 60세 이상 고령, 정상인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급성심정지가 발생하기 쉬운데 초미세먼지 경보 당일보다는 1∼2일 뒤 급성심정지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금속이 포함된 오염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과 아토피피부염 등 기존 피부질환이 악화될 수 있고, 정상인도 따끔거림이나 가려움증 등을 겪게 된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엔 가급적 외출을 삼간다.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이 마스크는 미세입자 여과율에 따라 ‘KF80’과 ‘KF94’ 등급으로 구분되며 각각 미세입자를 80%, 94% 이상 걸러낼 수 있다. 
김 교수는 “겨울철 미세먼지는 중금속 비율이 높은 데다 털 등이 많은 겨울옷 특성상 피부와 옷에 쉽게 접촉되므로 번거롭더라도 세탁을 자주 하는 게 좋다”며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완화된 초미세먼지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환경부가 정한 미세먼지 법정관리 안전 기준은 미세먼지(PM10, 입자 크기가 10㎛ 이하)이 24시간 평균치 100㎍/㎥ 이하, 초미세먼지(PM2.5, 2.5㎛ 이하)는 50㎍/㎥ 이하다. 미세먼지 예보등급은 △좋음(0~30㎍/㎥) △보통(31~80㎍/㎥)△나쁨(81~150㎍/㎥) △매우나쁨(151㎍/㎥)으로 나뉜다. 초미세먼지는 △좋음(0~15㎍/㎥) △보통(16~50㎍/㎥) △나쁨(51~100㎍/㎥) △매우나쁨(101㎍/㎥~)으로 구분된다.

김진영 박사는 “한국의 초미세먼지 법정관리 기준은 50㎍/㎥으로 미국과 일본의 35㎍/㎥보다 완화돼 있다”며 “초미세먼지가 농도가 40㎍/㎥일 경우 일본에선 ‘나쁨’, 한국에선 ‘보통’으로 예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미세먼지 관리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25㎍/㎥로 강화하고 차량 2부제 실시,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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