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수능성적이 발표되며 성형외과들이 본격적으로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 ‘고교 3년 내내 고생했으니 이제 예뻐질 때’라고 기대하는 고교생들의 욕구를 틈타 성형외과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고 있는 여대생 최모 씨(20)는 “지난해 수능을 친 뒤 성형을 했지만, 어느 정도 입시 당락이 판가름난 뒤 병원을 알아봤다”며 “고교생은 아무래도 경제력이 없다보니 ‘수능성적을 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부모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뷰티클리닉 관계자 김모 씨는 “최근 성형수술 할인을 받기 위해 수능시험을 치고 수험표를 가지고 오는 ‘체리피킹(cherrypicker, 체리만 골라 먹듯 혜택만 챙기는 소비자)에 대해 관심이 높다”며 “최근 성형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다보니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같은 기간 동일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니 굳이 돈을 들여 수능을 칠 이유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모 씨는 “수능 직후부터 청소년 성형상담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방문이 늘어나는 것은 실제로 수능성적 발표 직후”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을 치지 않아도 되는 수시합격생이나 대입을 목표로 하지 않는 특성화고 학생이 성형수술 할인을 받기 위해 수능에 응시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여고생 이모 씨(18)는 “어차피 취업을 생각하고 있지만 고3 혜택은 받는 게 유리할 것 같아 수능에 응시했다”며 “대충 찍어서 친구들의 성적을 높여줄 수도 있고, 나는 혜택을 받으니 나쁠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고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쌍꺼풀수술’은 수능 직후 성형 시즌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최소 29만원에 받을 수 있는 곳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50% 할인해 29만원에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성형외과가 적잖다.
50% 할인하다보면 그야말로 병원도 남는 게 없지만 ‘할인 행사’ 메시지를 주면서 코성형이나 필러시술 등 다른 성형 상품을 끼워팔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 현실적인 소비자들은 체리피커에만 열중하는 경향이 짙다. 정가를 받는 대신 덤을 주는 곳도 있다. 예컨대 수험생과 같이 온 어머니에게 보톡스를 주사해 준다든지, 쌍꺼풀수술에 앞트임을 추가해준다든지, 지방흡입 시 복부 외에도 옆구리를 추가로 적용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눈성형은 여전히 겨울철에 수요가 높은 시술상품이지만 과거처럼 고3 학생들만이 주요 고객은 아니다. 오히려 연령대가 낮아져 중3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성형외과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SNS 등을 통해 또래 아이들이 수술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사회적 분위기로 어릴 때부터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가 고교 졸업사진부터 예쁘게 남기고 싶다는 아이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학생들의 수술 적기와 관련, 전문가들은 ‘눈성형 정도는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게 기본적인 견해다. 안면윤곽 등은 성장이 더디지만 눈꺼풀은 15세 정도면 성장이 마무리돼서다. 은석찬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15세를 넘어 눈성형을 받는 것은 건강문제나 부작용 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쌍꺼풀수술이 얼굴뼈나 안구를 건드리지는 않지만 얼굴골격 성장에 따라 눈(안구)의 사이즈가 달라질 수 있어 의사의 견해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성형외과의 컨설턴트인 L씨는 “일부 수험생들은 성인 못잖게 드라마틱한 변신을 꿈꾼다”며 “이를 노리는 일부 성형업계 관계자는 양악수술 등 불필요한 수술까지 권하며 이득을 올리려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인지하되 전문의와 객관적인 상담을 갖고 수술에 나서야 원하는 이미지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