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줄기세포에 공급되는 에너지를 차단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석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정재호 위장관외과 교수, 김필남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바이구아나이드계열 약물(메트포르민)과 당대사 억제물질인 2-디옥시글루코스(2DG) 병용요법이 교모세포종 내 암줄기세포의 성장을 억제해 치료효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신경종양학회지 ‘뉴로온콜로지(Neuro-Oncology)’에 발표됐다.
교모세포종수술과 암줄기세포의 분자적 기전을 연구해 온 강 교수와 암세포의 에너지대사를 연구해온 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교모세포종의 암줄기세포가 자라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차단해 항암효과를 높이는 치료법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메트포르민과 2DG를 함께 투여한 세포실험에서 종양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ATP)는 72% 감소했다. 3차원 배양 플랫폼에서 세포의 성장 거리를 통해 침윤 정도를 비교한 결과 85% 수준으로 감소했다. 동물실험에서는 메트포르민과 2DG를 병용투여했을 때 생존기간이 83일로 아무 것도 투여하지 않았을 때의 48일보다 연장됐다.
연구팀은 또 새로운 형태의 바이구아니드계열 약물(HL156A)을 기존 뇌종양 항암제(temozolomide, TMZ)와 병용 투여한 결과 교모세포종의 암줄기세포에 이용되는 ATP가 70%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암줄기세포의 증식능력을 확인하는 실험에서도 줄기능(stemness)이 97% 줄었다. 암줄기세포에서 사용하는 산소소비비율(Oxygen consumtion rate, OCN)도 8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3차원 배양 플랫폼 실험에서 침윤 정도는 67% 감소했다.
교모세포종 암줄기세포를 뇌에 이식한 동물실험에서는 생존기간이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동물에서는 47일에 그쳤으나 HL156A와 TMZ의 병용투여 덕분에 106일로 늘어났다. 이 연구결과는 온코타깃(Oncotarget) 최근호에 게재됐다.
강 교수는 “융합연구로 대표적 난치암인 교모세포종의 치료 효과를 증명했다”며 “새로운 형태의 바이구아나이드 계열 약물과 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교모세포종 치료의 새로운 치료 방향성을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흔한 1차성 뇌종양으로 평균 생존기간이 14.6개월에 불과한 난치암이다. 성장속도가 빨라 뇌압 상승에 따른 두통과 뇌 이상 자극으로 인한 경련 및 기억소실, 성격변화 등을 일으킨다. 안면마비, 언어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현재 표준치료법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뒤 방사선치료와 항암요법을 병행한다.